정훈(롯데·27)에게 2014년은 야구 인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풀타임 2년 차를 맞아 주전 자리를 굳혔고, 타율(0.294)·타점(58)·득점(89)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엔 13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이 부문 역대 타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공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내년 시즌 억대 연봉(1억 4500만원)을 선물 받았다. 지난 2006년 데뷔 이래 9년 만에 이룬 쾌거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야구 인생이었다. 현대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지만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군 복무도 경찰 야구단이나 상무가 아닌 육군 현역으로 마쳤다.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 생활을 하던 중 다시 한 번 롯데에서 신고선수로 뛸 기회를 얻게되면서 비로소 2010년 1군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몸값 거품' 속에서도 여전히 억대 연봉 진입은 의미가 있다. 주전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 받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부모님께 효도를 했다는 생각에 가장 기쁘다. 정훈은 "구단이 나를 인정해준 것 같아 고맙다. 내년 시즌 더 잘해야겠다"며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 데뷔 9년 만에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일단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을 받은 느낌이었고, 내년 시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가장 큰 기쁨은 부모님이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는데 비로소 보답을 드릴 수 있게 됐다."
- 올 시즌 안타 5개만 더 쳤으면 3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특히 7월에 갑작스럽게 타율이 떨어졌다.
"역시 3할 타율은 쉬운 것이 아니더라. 6월까지는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체력적으로 떨어졌다.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웨이트트레이닝을 잠시 소홀히 했던 것이 문제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미숙함이 있었다. 한 번에 몰려 오다 보니까 타격감이 크게 떨어졌다."
- 시즌 전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나.
"솔직히 그때는 세우지 못했다. 그저 전 경기 출장이 목표였다."
-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가장 크게 보완할 점은 몸쪽 승부라고 생각한다. 시즌 중·후반부터 상대 투수들이 내 약점을 잘 파악하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대호 형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몸쪽만 던져대니까 밸런스가 흐트러졌다고 하더라. 기술적 보완도 필요하겠지만, 내년에는 그냥 맞고 나가려한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못 치는 것보다 맞고서라도 많이 출루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종운 감독이 손아섭의 1번 기용을 공헌했다. 내년에는 2번 타자로 나설 확률이 높은데 변화에 대한 대비는?
"올 시즌 2번 타순에 두 번째(160타석)로 많이 나섰는데 작전 수행 능력이 중요하더라. 번트는 물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저 감독님이 임무를 주시면 충실할 뿐이다."
- '신고 선수' 출신은 정훈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신고 선수 출신인 것을 '꼬리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어차피 바닥이었기 때문에 배움을 얻는데 부끄러움도 없었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2배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미 신고 선수 출신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 비활동 기간인데 몸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그동안 봉사 활동 등 행사들이 많았다. 항상 웨이트트레이닝은 하고 있었지만 이제 좀 더 몸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