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현재 포스트시즌(PS)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선 LA 다저스와 밀워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선 보스턴과 휴스턴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올해 PS는 페넌트레이스 최대 화두였던 '불펜 야구'와 '전통 야구'가 맞서는 형국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 야구는 편의상 표현한 말인데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투구하고 상황에 따라 주어진 역할대로 불펜 투수들이 차례로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을 뜻한다. 반면 불펜 야구는 탬파베이가 처음 시도한 '오프너'를 비롯해 불펜을 최대한 빨리 투입해 타자를 막는 것을 의미한다.
공교롭게 이번 NLCS와 ALCS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팀들이 맞붙었다. 선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밀워키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부터 '불펜 데이'로 시작했다. 보스턴도 선발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선발진을 갖춘 휴스턴과 다저스는 전통적인 야구 스타일로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불펜 야구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팀들의 결과다.
불펜 야구의 출발에 대해 캔자스시티가 원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2014년 월드시리즈(WS) 준우승과 2015년 WS 우승을 불펜의 힘으로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오류가 있다. 당시 캔자스시티는 승리 계투조를 적극 활용했지만 기본적으로 선발투수가 5이닝 정도 책임졌다. 2014년 PS의 경우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선발 제임스 쉴즈가 5이닝을 소화했다. 디비전시리즈(DS)에서도 쉴즈와 제이슨 바르가스, 요다노 벤추라가 각각 6이닝 두 번에 7이닝 한 번으로 역할을 다했다. 챔피언십시리즈(CS)에서도 4경기에서 선발 4명이 모두 5이닝 이상 투구했다.
WS 7경기에선 선발이 모두 일찍 무너졌다. 그래도 33⅔이닝으로 경기당 4⅔이닝 정도 선발이 막아 줬다. 당시 켈빈 에레라, 웨이드 데이비스, 그레그 홀랜드 같은 막강 계투가 이기는 경기를 확실히 잡아 줘 불펜 야구를 했다는 이미지를 남긴 것이다. 2015년도 다르지 않았다. DS 5경기에서 선발은 26⅔이닝으로 경기당 5⅓이닝을 책임졌다. CS에서는 4⅔이닝. WS 5경기에선 총 31⅓이닝으로 선발이 경기당 6이닝 이상 소화했다. 계투진에선 홀랜드가 빠졌지만 데이비스, 에레라, 루크 호체바와 라이언 매드슨이 힘을 보탰다. 이 영향 때문인지 불펜이 좋으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수 있다는 착시 현상이 생긴 것 같다.
올해 불펜이 투구한 이닝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였다. 불펜을 많이 돌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캔자스시티 불펜에 대한 잘못된 해석. 둘째 타자가 계속해서 새로운 투수를 상대하면 적응이 어렵다는 생각. 마지막으로 나날이 빨라지고 있는 투수의 구속이다. 타자와 힘 대결에서 구위로 앞설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현재 대부분의 감독들은 선수 시절에 좀처럼 시속 90마일 후반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를 볼 기회가 없었다. 구속에 대한 신기루에 빠져들며 과대평가를 한다는 지적이다.
팀이 처한 현실과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을 어떻게 작용하냐는 각 구단의 몫이다. 하지만 짧고 강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PS에서 불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앞서 말한 캔자스시티는 확실한 승리 계투조를 만들어 이기는 경기를 손에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했을 뿐이다. 강하지 못한 선발진과 비교했을 때 활약이 두드러진 것이지 불펜이 모든 것을 해낸 건 아니라는 의미다.
WS 우승을 위해 최대 20경기를 치러야 한다. 불펜 야구는 연결 고리가 한 번 약해지거나 끊어지면 그 여파가 더 크게 올 수 있다. 어쨌든 이번 가을 야구가 불펜 야구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다시 전통 야구의 회귀가 일어날지 답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어떤 야구가 정답일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