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팀 명단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대표팀은 1~2차 예비 엔트리와 최종 발표까지 유독 논란이 많았다. 논란의 중심은 크게 2루수와 군 미필자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AG 기술위원회는 최다안타와 득점 1위를 달리는 2루수 서건창(넥센)을 빼고 오재원(두산)을 포함시켰다. 현재 성적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제외되면서 '실력보다 구단 안배를 고려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의 시선이 일고있다.
AG를 이끄는 류중일 삼성 감독은 시즌 초부터 "대표팀은 군 미필 여부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뽑겠다"고 공언 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서 군 미필자는 총 13명이다. 굵직한 선수들이 제외되고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선수들로 채워지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결국 군대가 대표팀 선정의 핵심 아니었는가'라는 논란이 있다.
AG 기술위원을 맡고있는 이순철 베이스볼 긱 해설위원은 "류중일 감독이 현재 멤버로 최고의 성적을 약속했다. 대표팀을 흔드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로 말한다. 지금은 믿고 기다릴 시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순철 위원과의 일문일답.
-2루수 자리를 두고 논란이 많다. '왜 서건창이 아닌, 오재원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먼저 2루수를 이야기하기 전에 1루수부터 말 해야 한다. 이번 AG 1루수는 박병호(넥센) 한 명이다. 박병호가 나갔을 때 대주자로 활용할 선수가 필요했다. 여기에 2루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했다."
-대표팀에서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한가. 각 포지션에서 최정예로 팀을 꾸리면 되지 않을까.
"원래 대표팀은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 것이 맞다. 그러나 AG는 프로 선수 말고도 아마추어 선수도 포함된다.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카드도 줄어드는 것이다. 멀티플레이어가 합류하면 감독의 활용폭이 넓어진다."
-서건창을 대주자로 쓸 수 있지 않은가. 또한, 확실하게 기용할 1번 타자가 없다는 인상도 있다.
"아까 말했듯 대주자와 함께 내야에서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생각해보자. 비슷한 실력이라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를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근우(한화)와 안치홍(KIA) 모두 같은 이유로 승선하지 못했다. 1번타자는 손아섭(롯데), 민병헌(두산), 오재원에게 맡길 수 있다. 현재 성적은 서건창이 가장 좋은 것이 맞긴 하다. 그러나 감독과 기술위원들이 생각할 때 베스트 멤버였다."
-군 미필자가 많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떠올려봐라. 물론 각자 사연이 있었겠지만, 군 문제가 해결된 선수들 중에 엔트리에서 빠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어린 선수들로 꾸려지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팀은 성적과 함께 여러 부분을 숙고해 결정한다.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는데, 세대교체의 의미를 생각해 달라. 나이 있고 무게감 있는 선수중에서 대표팀에 '아파서 못나간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름값을 떠나서 같은 실력이라면 젊은 선수 위주로 가야 한다. 우리가 중요한 건 금메달을 따느냐 못 따느냐일 뿐이다."
-군 미필자 중에서도 '삼성을 우대했다'는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김상수가 대표적인 예다.
"김상수(삼성)는 도루 부문 1위다. 기동력과 함께 유격수와 1루수를 소화하는 선수다. 실력으로 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외에도 구단 안배, 백업 선수 위주의 엔트리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대표팀은 누굴 뽑아도 뒷말이 나온다. 100%만족이 없다. 누군가는 이리저리 다 서운한 것이다. 특히 안치홍이 떨어지면서 엔트리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AG대표팀은 2루수 부분이 특히 경쟁이 치열했고, 기술위원회와 감독이 고민도 있고 고충도 있었다. 수장이 생각하는 청사진과 의도한 바가 있는 것이다."
-기술위원으로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은 없었는가.
"없다. 최종 엔트리를 선정할 때 AG를 이끄는 류중일 감독에게 '베스트 라인업'을 뽑아보라고 했다. 감독이 뽑은 뒤 합당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기술위원회도 동의한 것이다. 류중일 감독도 지금 선수들로 최상의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유독 이번 AG 대표팀은 선정 과정부터 시끄러웠다.
"지금은 대표팀이나 감독을 흔들 필요가 없다. 큰 경기를 앞둔 선수단을 자꾸 흔들어서 좋은 것이 뭐가 있는가. 부상 선수가 나와서 바뀌기 전에는 지금 선수들을 데리고 나라와 기술위원회, 야구계와 팬들이 서포팅을 해야 한다. 이미 다 뽑았는데 비판만 하고 논란을 키우면 분위기만 어색해 진다. 또한 합류한 선수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기왕 뽑았다면 믿고 기다려야 한다."
-이제 류중일 감독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현재 엔트리로 최상의 성적을 내면 된다. 또한, 그래주길 바란다. 논란을 잠재우는 건 금메달뿐이다. 류중일 감독도 그런 부분 충분히 계산하고 고려했을 거라고 본다."
-금메달을 못 따면 비난이 거셀 듯하다.
"지금 필요한 건 믿음이다. 감독이 최상의 성적을 낼 것을 다짐했다. 금메달로 논란을 입증할 일만 남았다. (금메달을 못 딴다면) 그때 나름대로 비난을 받아들이고 감수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