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킬러’들, 이젠 지략 대결로 제2라운드



'황새' '날쌘돌이' '캐논슈터' '독수리' '깨소금'….

1990년대 한국 축구를 주름잡던 '킬러'들이 지도자로 변신해 지략 대결을 펼친다. 내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을 보는 또 다른 흥밋거리다.

기존의 포항 황선홍(46)·수원 서정원(44)·서울 최용수(43) 감독에 이어 노상래(44) 감독이 전남 지휘봉을 잡았고 대전 조진호(43) 감독은 챌린지(2부 리그)에서 올라왔다. 5명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들이다. 조 감독을 제외하면 지금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의 레전드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은 1994년 혜성처럼 등장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이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2000년 안양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황선홍 감독은 자타공인 최고 공격수 출신이다. '황새'처럼 우아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1995년 8경기 연속 골을 작렬하며 신드롬을 불러왔다. 그라운드에서 시원하게 펼치는 슬라이딩 세리머니가 전매특허였다. 포항 팬 출신인 프로축구연맹 커뮤니케이션팀 조정길 대리는 "비가 엄청 오는날 유공과 경기였다. 그 전까지 손으로 허공을 치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던 황 감독님이 골을 넣고 처음으로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했다"고 기억했다.

서정원 감독은 '날쌘돌이'라는 닉네임답게 빠른 스피드로 상대 측면을 휘저었다. 노상래 감독은 '캐논슈터'였다. 빨랫줄 같은 중거리포가 일품이었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해 득점왕과 신인왕을 동시에 차지했다. 그가 전남에서 뛸 때 광양경기장은 늘 만석이었다. 전남 서포터였고 지금은 구단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김문형 대리는 "노상래 감독이 경기 외적인 이유로 한 동안 벤치로 밀린 적이 있다. 전남이 지고 있는데 노 감독이 몸을 풀자 그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로 경기장이 들썩였다"고 회상했다. 조진호 감독은 프로에서는 큰 빛을 못 봤지만 또래 중에서는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1992년 세계청소년대회(현 U-20 월드컵) 최고 스타였고 동기 중 가장 먼저 월드컵(1994년 미국) 무대를 밟았다. 재치 있는 플레이로 '깨소금'이라 불렸다.

이들은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최 감독은 2012년 서울을 우승으로 이끌어 감독상을 받았다. K리그에서 신인왕-MVP-감독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황 감독은 2013년 더블(정규리그·FA컵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서 감독은 2014년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수원을 2위에 올려놓으며 주목받았다.

노 감독과 조 감독은 새로운 검증대에 오른다. 하석주 전 감독에 이어 전남 지휘봉을 물려 받은 노 감독은 전남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조 감독은 2014년 챌린지에서 대전의 완벽한 우승을 이끌어 팬들 사이에서 '갓 진호'로 불린다. 클래식은 또 다른 무대다. 조 감독은 "서울, 수원, 포항처럼 젊은 사령탑들과 맞붙어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정보
AD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지금 뜨고 있는뉴스
오피니언
행사&비즈니스
HotPho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