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26·SK)은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다.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안타를 생산해내는 데 더욱 익숙하다. 그런 그가 자신이 거포형 타자가 아닌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 타순에 있는 최정(27)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한 방 있는 타자가 되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재원은 지난 8월 한 달간 다소 아쉬운 타격감을 보였다. 시즌 처음으로 월간 타율이 2할 대로 떨어졌고, 타점과 장타도 현저하게 줄었다. 그리고 지난 2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6월 이후 처음으로 4번 타자 자리를 내줬다. 한 번쯤 찾아오는 일시적인 타격 부진으로 볼 수 있지만 팀이 상승세에 있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3번 타자 최정과의 시너지 효과가 여전히 미비하다. 이재원이 4할 대에 육박하는 타격감을 유지할 땐 최정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부상 복귀 후 타격감을 회복한 뒤 타율 0.405, 5홈런, 18타점을 기록한 8월에는 이재원이 주춤했다. 예전에는 이재원 앞에서 기회를 만들어 줄 타자가 많지 않았다면, 지금은 최정이 많이 출루해도 이재원이 해결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엇박자가 4강 경쟁이 치열한 현 시점에서 계속 이어질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재원은 이에 대해 타격 부진을 털어내는 것뿐 아니라 이전과 다른 스타일의 타자가 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그는 "휴식을 통해 체력을 보충했고, 타격감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반등을 자신했다. 그리고 최정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 장타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내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였다면 팀 타선의 무게감이 보다 커졌을 텐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 안타는 많이 때려내지만 아직 장타력이 더 돋보이는 타자라는 인식을 상대 투수에게 주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올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도 쳐서 자신감은 조금 붙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한 방이 있는 타자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물론 이재원이 4번에 포진하며 생긴 효과는 적지 않았다. 올 시즌 그가 잠재력을 드러내기 전에는 상대 투수들이 최정을 집중 견제했다. 좋은 공을 주지 않았고 매 번 어려운 승부를 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이재원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최정과의 승부를 피하지 않게 됐다. 이재원은 "예전에는 (최)정이형을 거르고 나와 승부를 겨루려는 게 보였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정이 형과의 승부를 피하지 않게 된 것도 분명 좋은 효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잠시 주춤해도 (박)정권이 형이나 (김)강민이 형도 잘해주고 있다. 빨리 감을 찾아 팀에 도움이 되려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