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키스앤크라이(보혜 24·해나 23·디아 22·소유미 22)를 만나, 정신없이 떠들다보니 한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지만 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 걸그룹의 필수 옵션인 예쁜척, 순진한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이 없다. 모든 질문에 막힘없고, 한 멤버가 실수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고, 구박한다. 데뷔 16년차 그룹 신화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여유와 멤버간 친밀감이 느껴진다. 뭔가 남다른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10년차 같은 1년차 그룹의 비밀은 뭘까. 역시 비밀은 이들이 가수가 되기 위해 겪었던 사연에 있었다. 최근 신곡 '도미노게임'으로 돌아온 키스앤크라이를 만났다.
-먼저 음악이야기를 해보자. 신곡 '도미노게임'은 어떤 곡인가.
(소유미) "여성이 남자를 만나면 한 가지씩 실망을 하고, 언젠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묘사했다."
(디아) "작곡은 처음해봤다. 아는 작곡가 언니랑 공동으로 만들었다. 유명 작곡가의 곡을 받아서 해보고 싶었는데 우리 장점과 색깔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서로서로 팀내 맡고 있는 역할을 소개해달라.
(보혜) "소유미가 이 팀의 외모와 막내를 맡고 있다. 특히 언어 바보를 맡고 있다. 말을 못한다. 뇌와 입이 따로 논다. 대인기피도 맡고 있다. '언니 나 냉장고에 있는 점퍼 좀 갔다줘' 이런 식의 언어를 사용한다."
(디아) "보혜 언니는 리더와 춤, 또 나이와 뻔뻔함을 맡고 있다. 아 몽유병도 맡고 있다. 자다가 일어서서 달리기를 한다."
(해나) "디아는 노래와 음원 판매, 수익, 인지도, 행사섭외를 맡고 있다. 중요한 멤버다."
(소유미) "해나 언니는 오지랖과 다리 길이를 맡고 있다. 근데 대신 허리가 없다는 큰 약점이 있다."
-언제 가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소유미) "심각하게 가수를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다. 21살 때였는데 일단 그만 두고나니 할 일이 없더라. 어릴 때부터 이것만 해서 먹고 살려면 노래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혜) "어려서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다. 근데 집에서는 공부를 원하더라. 성적도 안나오고 부모님끼리 싸우고 그랬다. 친척들도 넌 안된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 '내가 왜 안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 "이 회사에 오기 전에 엄마가 기획사를 했다. 그 때 엄마가 나쁜 매니저들에게 많이 당했다. 딸 앨범 내주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상처를 많이 받은 거다. 내가 열심히 해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 꿈을 엄마랑 같이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나)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고 1때는 가출도 했다. 상습범은 아니지만 여러번 했다. 어려서부터 노래만 불러서 아빠가 노래 부르는걸 귀여워했다. 근데 커서도 그러니까, 그 때부터는 노래방도 안가시더라. 그럴수록 더 인정을 받고 싶었다. 다른 일을 해도 무대 맛을 잊지 못하는 거다. 질릴 때까지 해보고 싶다."
-벨라가 연관 검색어다. 뭔가.
(해나) "보혜 언니가 활동했던 그룹이다. 잘 안됐다. 2011년에 데뷔했는데 잘 안됐고, 멤버를 추가로 뽑을 때 내가 들어왔다. 팀이 와해가 되면서 키스앤크라이로 바뀌었다."
-데뷔 전부터 서로 친분이 있는 거 같다.
(해나) "디아랑 소유미가 14년 친구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나온 단짝이다. 가족끼리도 친하다. 근데 역시 친구들끼리는 일하는거 아니더라. 요새 멀어지고 있다."
(보혜) "해나와 디아는 같은 대학을 다녔다. 그래서 해나가 디아를 끌고 오고, 디아는 친구인 소유미를 데려왔다. 다단계 그룹이다."
-디아가 부른 '렛 잇 고'가 빵 터졌다.
(디아) "5년 동안 참고 준비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영상 클릭수가 20만건 정도 되더라. 한 번은 저녁으로 짬뽕을 먹고 있는데 SBS 뉴스에 내가 나오는거다. '렛 잇 고' 열풍 보도에 나왔는데 엄청 신기했다."
-'겨울왕국'은 얼마나 봤나.
(디아) "이 노래 부르려고 4번 봤다. 2D, 3D 버전 바꿔가며 봤다. 한 팬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며 '렛 잇 고'를 불러달라고 한게 시작이었다. 그래서 올렸는데 화제가 됐다."
-걸그룹 섹시 컨셉트가 요즘 대세다.
(보혜) "우리도 나중에 할 날이 있을거다. 이미 꽉찬 나이들이라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 지금은 네명이 뭉쳐서 처음 선보이는 무대니까 실력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다. 실력이 먼저 인정받으면 뭘하든 호감이더라."
-일간스포츠 1면에 난다면 어떤 기사였으면 좋겠나.
(해나) "소지섭 님과의 결혼이다. 사실 이상형은 강동원 님인데, 그 분은 신이니 결혼은 할 수 없다. 소지섭 님은 인간계에서 1등이다. '주군의 태양'을 보고 반했다. 한 번 안겨보고 싶다."
(디아) "'응답하라 1994' OST로 멜론 빼고 음원 차트 1등을 다했다. 1면 기사는 한 달 연속 9개 음원 차트 '올킬' 기사였으면 좋겠다. '렛 잇 고' 처럼 우리 노래가 열풍이 됐으면 한다."
(보혜) "키스앤크라이 미국 진출이다. 월드투어를 돌고, 타임스퀘어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
(소유미) "아이돌 출신 배우로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다는 기사다. 노래만큼 연기에 관심이 많다."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다.
(보혜) "10대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에서 시키는 것만 했다. 지금은 생각이 깊어져서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해야겠다라는 주관이 생겼다. 기도 세졌다. 아줌마 파워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소녀시대도 갖지 못한 장점은.
(해나) "셀프 정신이다. 자생력이 강하다. 의상을 구입하러 동대문을 돌아다녔다. 좋은 곡을 받으려고 작곡가들에게 '가이드 노예'하고 그랬다. 안무도 그냥 받는게 아니라, 의논하고 아이디어도 계속 줬다. 셀프돌이라 불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