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캉'이 빛깔 고운 한복을 입고 고국의 팬에게 큰절을 올렸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남기는 모습에서 메이저리거의 늠름함이 전해졌다.
강정호(29·피츠버그)는 지난해 9월18일(한국시간) 홈구장에서 열린 시카고컵스전에서 상대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태클에 걸려 왼 무릎 부상을 입었다. 피츠버그 재활군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훈련하고 있는 그는 오는 4월께 실전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지난 9월 한가위를 맞아 미국 피츠버그에서 강정호가 한복을 입고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약 4일 뒤 부상을 입고 시즌 아웃되면서, 보도를 미뤘다.
일간스포츠가 미공개한 한복 사진과 함께 강정호가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꼽는 아버지 강성수(57)씨를 통해 그의 근황을 전한다. ◇아파도 귀국은 없다…"목표가 생겼다면 당연"
강정호는 지난 종아리 골절상과 반월판 파열 부상을 입은 뒤 재활을 해 왔다. 누구나 아프면 고향이 생각나고 집에 가고 싶다. 어머니가 해주는 따끈한 사골국물을 들이키며 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강정호는 수술을 받은 뒤 미국에서 몸을 추슬렀고 이어 팀에서 제공하는 재활 프로그램을 현지서 받았다. 지난해 1월 출국한 뒤 올해까지 꼬박 1년 넘도록 한국 땅을 밟지 않았단 소리다.
그의 아버지 강성수 씨는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로 홀로 출국해 아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지가 플로리다에 있습니다. 구장을 통틀어 피츠버그 선수단이 쓰는데 무척 환경이 좋더군요. (강)정호는 재활군과 훈련하느라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독하다고요? 남자가 목표를 잡았다면, 그정도 노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외롭다는 소리 한 번 안 했습니다."
미국 CBS스포츠는 강정호를 올 시즌 빅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낼 유격수 8위에 뽑으며 "피츠버그의 주전"이라고 평가했다. 전적이 화려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인 지난해 팀의 3루와 2루, 유격수를 고루 책임지는 핵심 내야수로 인정받았다. 126경기에서 나서 타율 0.287, 121안타 15홈런 58타점 출루율 0.355, 장타율 0.461를 기록했다. 꼼꼼한 수비 실력과 '클러치' 능력을 뽐내며 'NL 올해의 신인' 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됐다.
지금 재활 속도라면 4월 복귀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강정호는 조급하지 않다고 했다. "급하게 준비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마이너리그 경기를 뛰면서 감을 되찾아야지요. 정호가 생각할 때 가장 완벽한 몸 상태가 되면, 알아서 올라올 겁니다. 조급함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준비를 하고 있어요. 부상 후유증 걱정은 안 합니다. 워낙 몸관리 능력이 빼어난 친구입니다. 예년보다 더 잘 할 겁니다."
◇애교남·요섹남…"올해는 장가 좀 갔으면"
강정호는 미국에 진출한 뒤 소셜네트워크(SNS)에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부쩍 자주 올리고 있다. 요즘 인기 만점이라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따로 없다.
지난달에는 달걀까지 올린 김치 볶음밥과 샐러드로 차린 식탁 사진을 올렸다. '요리하는 남자. 김치 볶음밥을 만들었다(I made Kimchi Fried Rice)'고 설명까지 남겼다. 1월에는 김치를 고기와 함께 지진 뒤 두부와 곁들여 먹는 두부 김치에 미역국과 각종 밑반찬으로 가득한 상 사진을 찍어 올렸다. "한국 음식이 왜 그립지 않겠어요. 요리를 하는 것도 먼 땅에서 운동하면서 버티는 방법일 겁니다. 특별히 한약 같은 건 먹지 않아요. 그저 영양가 있는 음식 고루 잘 먹고 푹 자면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애교도 있다. 플로리다 재활 캠프에 합류한 강정호는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이 그라운드에 서 있자 몰래 뒤로 가 와락 껴안았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는 표현이었을 터다. 이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현지 매체가 묘사할 정도였다.
강정호는 평소 클린턴 허들 피츠버그 감독에게도 싹싹하게 잘하기로 유명하다. 허들 감독은 마음에 드는 선수에게 준다는 '라인업 카드'를 유독 '킹캉'에게 자주 선사하곤 했다.
강성수 씨는 강정호가 겉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부드러운 편이라고 했다. "지금도 사진 찍을 때 제 어깨를 팔로 감싸곤 합니다. 친구들에게도 우정 표현을 잘해요. 집에서나 지인들 사이에서는 애교 만점 귀염둥이 아들이랍니다."
한국 나이로 서른인 강정호는 결혼 적령기를 맞았다. 먼 이국에서 홀로 사는 아들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는 야구만 빠져 사는 아들이 올해는 꼭 장가를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장가 갈 나이가 됐지요. 서른인데요. 주변에 마음씨 고운 아가씨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제 나이가 꽉 차서 일가를 이룬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신붓감이요? 당연히 정호가 좋아하는 아가씨이면 족합니다. 제바람이 있다면… 야구 선수이니 내조를 잘하고 지혜로운 아가씨이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런, 정호가 들으면 '그런말씀 왜 하셨느냐'고 하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