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프로야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삼성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가히 독보적인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오승환(한신)이 일본 무대 진출을 선언했을 때 삼성의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임창용이 돌아와 뒷문을 든든히 지켜주면서 우려는 기우로 바뀌었다. 여기에 박해민·나바로·이흥련 등 '새 얼굴'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역시 삼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자(정우영 베이스볼긱 위원)가 언급하려는 것이 '새 얼굴'이다.
2007년 퓨처스리그에서는 삼성 선수 3명이 나란히 22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최형우와 박석민, 곽용섭이 주인공이다. 최형우와 박석민은 이듬해 1군에 복귀해 이후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곽용섭은 2008년 어깨 부상으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출됐다. 그는 이후 LG와 두산을 거쳐 NC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삼성은 과연 최형우·박석민은 1군에서 통하고, 곽용섭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렇다면 기준은 무엇일까.
삼성 구단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그냥 뭐, 그런 것 아니겠나" 이런 식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2008년부터 최형우와 박석민은 주전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한 해 전 같은 개수의 홈런을 기록한 곽용섭은 기용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확인한 선수이지만, 1군에서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삼성의 '눈'이었다. 때문에 필자는 삼성만 갖고 있는 '눈'에 대한 궁금증을 늘 갖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 나바로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필자도 그랬다. 그러나 김한수 삼성 코치의 믿음은 확실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김정준 해설위원에게 "나바로는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했다. 김 코치의 말은 적중했다. 나바로는 1번 타순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야구를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어떻게 그런 예상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필자는 지난 5월 말 삼성이 1위에 오를 즈음 경기 중계를 맡았다. 이후 다시 삼성 경기를 중계하기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당시 삼성과 6월에 만난 삼성은 전혀 다른 팀이었다. 투·타의 짜임새가 더욱 좋아졌다. 신기한 건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있는 전력으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 삼성은 역대 한국야구 최강팀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투수진을 많이 소모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포스트시즌 경기 숫자는 적었지만, 늦은 가을까지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로 체력적인 소모가 많다. 투수들은 연투를 하면서 피로가 가중된다. 그러나 그런 소모를 3년 연속으로 했지만, 올해도 삼성은 굳건하다. 정규리그 4연패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삼성 만의 노하우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필자가 꼽는 올해 삼성의 히트 작품은 박해민이다. 놀라운 건 박해민이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박해민은 신인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은 자신들의 '눈'을 통해 박해민의 가능성을 확신했고, 신고선수로 영입했다. 그리고 퓨처스리그를 통해 기량을 끌어올린 뒤 과감하게 주전 외야수로 기용해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투수 김현우가 눈에 띈다. 필자가 퓨처스리그 중계를 할 때 '2군 오승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라 익히 잘 알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봤을 때와 1군에서 던지는 모습이 다르다. 한층 더 성장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김현우를 두고 "올해 검증을 한 뒤 내년에 필승조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뭔가 말이 안되게 아구가 잘 맞게 돌아가고 있다. 그 원동력은 '새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이야말로 진짜 화수분 야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