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카타르아시안컵을 앞두고 조광래(6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의 잠재력을 높이 샀고, 최초로 대표팀에 발탁했다. 실전에도 투입시키며 가능성을 점검했다.
2010년 12월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바니야스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시리아의 평가전이 그 무대였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보경(28·전북 현대)과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 불리던 신예,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활약하던 18세 대표팀 막내가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첫 경기였다. 한국은 후반 37분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의 첫 A매치는 승리로 장식됐다.
그로부터 7년 뒤, 손흥민은 두 번째로 시리아를 만난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전이다. 지난해 9월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최종예선 2차전 시리아전은 토트넘과 사전 합의로 인해 뛰지 못했다. 따라서 손흥민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7년 만에 시리아와 재회한다.
7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함부르크의 손흥민은 201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며 날개를 달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2015 호주아시안컵 등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들어서며 A매치는 벌써 52경기(17골)를 뛰었다. 2015년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였다.
7년 전 대표팀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손흥민은 7년 뒤 절대적 카리스마를 풍기는 에이스로 변모했다. 후반 교체로 가능성을 평가받던 그가 지금은 한국 공격의 상징이 됐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품격과 역할이 달라진 만큼 손흥민이 해 줘야 할 때다. 지난 23일 최종예선 6차전 중국전 0-1 패배로 역대 최대 위기에 몰린 슈틸리케팀이다.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 나서지 못했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는 법이다. 손흥민은 A매치 데뷔전의 초심을 간직한 채 시리아에 달라진 자신의 위용을 펼쳐 보여야 한다. 그에게는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 낼 의무가 있다.
"다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손흥민이 시리아전을 앞두고 밝힌 각오다. 그는 이어 "중국전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며 "시리아전은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 한다. 희망을 다시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다른 변명은 할 수 없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로써 '마지막 희망'은 손흥민이다. 슈틸리케팀 대다수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격진은 무기력함의 극치였다. 손흥민이 아닌 다른 공격 해법을 찾지 못했다. 손흥민이 곧 슈틸리케팀의 공격 전술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전의 뼈아픈 패배 속에서도 '손흥민이 뛰지 않았다'라는 하나의 위안거리가 존재했다. 이마저도 사라진다면 더 이상 한국 축구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