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스캔들이 불거진 후 배우 김민희의 은퇴는 잠정적으로 확실시 되고 있었다.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예술을 부르짖어 봤자 결국엔 '기승전불륜' 이야기로 끝나게 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김민희는 행로를 변경했다. 홍상수 감독의 손을 잡고 해외 무대로 눈을 넓혔다. 알아서 '행복'을 찾아간 김민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 감독)'는 과연 이러한 이야기도 담고 있을까. 현지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후기를 종합해 보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결국 김민희의 사랑, 고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은 결론과 해답으로 이뤄진 영화다. 어떤 상황에서 한국을 떠났고, 또 다시 돌아와 어떻게 자신을 찾아 나가면서 성장했는지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보여준다는 설명.
직접 입을 열지 않으니 추측만 난무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다' '우울증에 빠졌다'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하지만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김민희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미모는 물이 올랐고, 처음 참석한 영화제에 어색한 모습은 보였지만 긴장하지는 않았다. 홍상수 감독 옆에서 한층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영화제를 즐기는 표정도 밝았다. 기쁘고 신난 속내를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실 김민희는 약 20여 년간 연예계에서 활동했지만 친근함 보다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배우에 가까웠다. 신비주의를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완성된 김민희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공개 연애도 여러 번 했고, 팬들과 나름의 소통을 하는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늘 김민희 만의 울타리와 사연이 있는 듯 비춰졌다.
때문에 베를린에서 날아온 김민희의 근황은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김민희가 이렇게 영혼 가득한 표정으로 환하게 미소지은 적이 있었나 싶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영화인들도 깜짝 놀라워 할 정도니 활동을 접었던 지난 8개월은 오히려 김민희에게 휴식시간이 된 것 아닐까.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솔직히 지금까지 봐 왔던 김민희 중에 가장 예뻐 보였다. 물 오른 미모에 할 말이 없더라"며 "온 몸으로 '나 행복해요'를 뽐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진만 봐도 그렇게 생각됐는데 영상을 보니 더 그렇더라.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민희는 계속 배우로서 활동을 할 것 같다. 다만 그것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예전처럼 대외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베를린에서 수상을 했지만 당장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김민희 본인의 문제는 아니지만 홍상수 감독과 연관 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지 않냐. 배우 김민희의 모습은 어떤 경로로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민희는 여우주연상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김민희 인생의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어떤 변환점이 또 들이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당분간은 홍상수의 뮤즈다. 베를린을 넘어 칸, 베니스 그리고 그 외 해외 영화제를 돌아만 다녀도 1년 스케줄이 꽉 찰 터.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김민희인 만큼 활동도, 은퇴도 결국은 그녀의 뜻에 달렸다. 조연경 기자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