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난황소(김민호 감독)'가 22일 공식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개봉 일주일 전부터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통한 변칙개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난황소'는 한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이 아내 지수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액션영화다. 한국의 드웨인 존슨으로 추앙받는 마동석의 신작으로, 송지효·김성오·김민재·박지환 등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이 열연했다. 제2의 '범죄도시'라고 불리며 충무로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영화의 힘으로 입소문을 내 대박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 못지않게 '성난황소'만의 재미 역시 가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관객들의 애정'을 받기 전에 '영화계의 미움'을 먼저 얻고 말았다는 것. '뭐든 뚜껑은 열어 봐야 안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성난황소'는 사실상 이미 뚜껑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어 영화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를 터지게 만들었다.
'성난황소' 측이 발표한 공식 개봉일은 앞서 전한 대로 22일. 하지만 '성난황소'는 지난 12일부터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등장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전 시사회 결과로, '성난황소' 측은 개봉 일주일 전부터 꾸준한 '유료 시사회'를 통해 관객 몰이를 시작했다.
유료 시사회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 개봉 전 입소문을 내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벤트성으로 진행하기 마련인 데 반해 '성난황소'는 웬만한 개봉작보다 스크린 수를 많이 배당받아 박스오피스 5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는 주말 기간에는 무려 300개(17일 310개, 18일 311개)가 넘는 관에서 '성난황소'가 상영됐다. 얄미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단 한 개의 상영관도 소중한 작은 영화들은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다. 몇몇 영화 관계자들은 "'성난황소'는 대체 언제까지, 얼마큼 유료 시사회를 더 할 생각이래요?"라는 질문을 역으로 쏟아 내기도 했다.
그 피해작 중 한 편은 얄궂게도 마동석이 출연한 '동네사람들(임진순 감독)'이다. '동네사람들'은 같은 기간 '성난황소'보다 수가 적은 280개, 277개 관에서 상영됐다. 애초 영화의 힘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성난황소' 등판에 따른 피해가 전혀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마동석 영화 때문에 마동석 영화가 피해받는 현실이다. 마동석은 또 얼마나 민망하겠나. 개봉 시기도 11월로 맞춰 난감하게 하더니 변칙 개봉까지 아수라판이다. 작은 영화들이 '성난황소'를 배급하는 쇼박스 측에 섭섭함을 느끼는건 당연하다. '영화가 못나서 그런걸 왜 다른 핑계로 발목잡냐' 할 수도 있지만 그 핑계를 제공한건 '성난황소' 측이다"고 단언했다.
이어 "유료 시사회는 대관도 필요없다. 극장 측과 상의해 메인 프라임 시간대를 배정받는데다가 신작을 미리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 예매율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생각보다 약해 수익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극장 측에서도 '성난황소'에 관을 내어주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 시기 개봉하는 작품에 비해 스크린 선점에 있어 유리한 위치가 되고, 유료 시사회를 통해 누적된 관객 수는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에 자동적으로 더해지기 때문에 누적 관객 수로 순위를 책정할 때 순위 변동 가능성도 높다. 말이 유료 시사회지 시장의 물을 흐리는 변칙 개봉이나 다름없어 최근 각 배급사들 내부에서도 지양하는 분위기다. 긍정적 효과를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실제 '성난황소'는 개봉 전 이미 8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누적 중이다. 눈치를 보며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으면 예매율이라도 돋보여야 하는데 '성난황소'는 그 효과조차 보지 못하고 있어 더 낯부끄럽다.
개봉을 이틀 앞둔 20일 오후 예매율은 6.2%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완벽한 타인'에 밀려 4위를 차지했다. 21일 오전에는 5.9%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화제성도 현재까지는 '보헤미안 랩소디'에 밀린 모양새다. 과연 개봉 이후에는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