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부터 시행된 심판 합의 판정 제도에 변수가 발생했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전파를 타고 TV 중계로 가기까지 시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현장의 감독들은 "30초 룰에 대해 재고를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5-3으로 승리한 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상황과 TV 중계 사이에 시간적 편차가 존재한다"며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지했다. 그라운드에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확인을 하기 위해 TV를 보면 그제서야 그 상황이 나온다. 리플레이까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처음에는 30초면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해보니 아니더라. 이건 공통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계가 되고 있다. TV는 물론 라디오와 DMB,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중계된다. 실시간 중계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실시간은 아니다. 전파를 타고 보여지는 화면은 그라운드의 상황보다 조금 늦다.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TV 중계가 시간적 편차가 가장 적다. 3~4초 정도의 간극이 생긴다. DMB와 인터넷 중계는 이보다 더 시간 차가 크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나오는 중계 화면은 적게는 15초, 많게는 20초 이상 시간 차이가 있다.
심판 합의 판정 제도는 이닝 도중일 경우 판정 후 30초 이내에 감독이 합의 판정을 신청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가 종료되는 아웃카운트와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에 대해서는 판정 후 10초 이내에 그라운드로 나와 요청해야 한다. 처음에 감독들은 "30초라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 날, 직접 상황을 겪어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 것이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같은 입장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 집은 사직구장 바로 옆 아파트다. 아내가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보고 있으면, 야구장에서 나오는 소리만 들어도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하더라. TV 화면에는 상대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고 있는데, 이미 야구장에서는 '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이미 안타나 홈런이 나왔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이 확실한 제스처를 해줘야 한다.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