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은 20일(한국시간) 아르센 벵거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96년 10월 아스널에 부임한 뒤 22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벵거 감독의 시대가 올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을 이끌며 1997~1998시즌과 2001~2002시즌, 2003~2004시즌 3차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003~2004시즌에는 EPL 역사에 남을 무패 우승(26승12무)을 달성하는 위대한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FA컵에서도 7번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아스널에 가장 많은 우승을 안긴 감독이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된 부진이 벵거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시즌을 리그 5위로 끝내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연속 출전 기록이 19시즌에서 멈췄고, 올 시즌도 리그 33경기를 마친 현재 6위에 머물러있다. 카라바오컵(풋볼리그컵)에서도 결승까지 올랐으나 맨체스터 시티에 0-3으로 완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2003~2004시즌 이후 늘 우승권을 맴돌면서도 정작 우승은 이루지 못한데다, 최근의 부진이 겹치면서 팬들 사이에선 벵거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벵거 아웃' 플랜카드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걸리는 날도 늘었다. 결국 아스널은 벵거 감독과 작별을 고하기로 결심했고 벵거 감독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벵거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클럽과 진지하게 의논을 거듭한 결과 올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아스널에서 정말 인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태프, 선수들, 경영진, 그리고 이 클럽에 각별한 애정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항상 지지해주셨던 팬들이 있기에 팀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스널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클럽의 가치를 높여왔다"고 덧붙여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아스널은 벵거 감독의 후임이 될 사령탑을 가능한 빨리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임 감독으로는 애제자인 파트리크 비에이라(42) 뉴욕시티FC 감독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벵거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비에이라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