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태완(33)이 다시 날개를 폈다. 언제부턴가 그라운드보다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게 더 익숙해졌던 그다. 이제는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스스로 간절했고, 팀도 멍석을 깔아 줬다. 김태완 야구 인생의 2장이 일단 성공적으로 막이 올랐다.
김태완은 26일 끝난 2017 KBO 리그 시범 경기에서 총 14타점을 올려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타율도 0.370으로 높았다. 아직 정규 시즌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주목할 만한 부활 선언이다. 김태완도 "시범 경기라 타점 1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며 "조금씩 잃어버렸던 내 것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김태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10년간 몸담았던 한화를 떠났다. 스스로 방출을 요청했다. 그 후 3개월 만에 넥센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그동안 출전 기회가 없어 펼치지 못했던 열정을 다시 그라운드에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준비를 잘했다. 1군이 아닌 대만 2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시작했지만, 애리조나 1차 캠프가 끝난 뒤 오키나와 2차 캠프로 부름을 받았다. 장정석 감독은 "김태완이 몸을 잘 만들어 온 것 같다"고 했다. 시범 경기에서도 중심타자로 중용했다. 김태완은 초반 3경기에서 여러 차례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타석에 쉬지 않고 들어설 수 있었다. 그 결과 2주 후 시범 경기 타점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김태완은 "시범 경기에선 안타를 치느냐 못 치느냐보다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타구 질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경기에 많이 내보내 주셔서 걱정했던 경기 감각도 조금 살아났다. 예전에 좋았던 부분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애초에 이번 시범 경기의 목표는 '다시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타격을 하고, 주루 플레이를 하고, 수비를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호흡하는 순간을 김태완은 무척 그리워했다.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다시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는 "일단 한 경기에 타석을 두 번 들어서는 것 자체가 낯선 느낌이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웃으며 "오랜만에 제대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진짜 무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정규 시즌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넥센 역시 내야와 외야에 수준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자리싸움이 무척 뜨겁다. 그러나 김태완은 "지금 나는 주전을 노리는 것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내 것을 완벽하게 찾아가다 보면, 많이 출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다시 내 야구가 자리를 잡아 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야구를 할 수 있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지금은 그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