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이 '선수촌 입촌 소감'에 대한 질문에 한결같이 내놓은 답이다. 대표팀은 19일 선수촌에 들어간 뒤 20일 목동구장에서 첫 번째 공식 훈련을 가졌다. 선수촌에서 보낸 하룻밤은 어땠을까.
선수들은 입을 모아 "정말 할 게 없었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선수들은 6인 1조로 방이 3개 있는 아파트를 사용하게 된다. 이 집은 '빈 집' 상태에 가깝다. TV 등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기계가 없다. 냉장고만 있을 뿐이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초보' 대표팀 선수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물건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태양은 "다 좋은데 TV가 없어서 아쉽다"며 난감해했고, 김민성 역시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같은 방을 쓰는 형들이랑 계속 얘기만 했다. 남자들이 그렇게 말이 많은 걸 처음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험자'들의 상황은 조금 나았다. 국가대표로 뛰었던 김현수와 양현종 등은 노트북을 챙겼다. 김현수와 한 방을 쓰는 나성범도 '초보자'인 탓에 노트북을 챙기지 못했지만, 한 방을 쓰는 선배 김현수의 노트북으로 무료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선수 뿐만 아니다.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은 "정말 할 게 없다. 코치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입맛을 다셨다. 감독방에도 TV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TV로 다른 팀들의 경기 등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선수촌에 방마다 TV를 넣어주는 건 무리일 것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TV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긴 시간을 보낼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아쉽기만 하다. 야구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여가시간을 보낼 수단이 없다.
이날도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대표팀의 훈련은 오후 3시40분에 끝이 났다. 선수촌으로 돌아가면 다음날(21일) 훈련이 시작되는 오후 2시까지 선수단은 또다시 '조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날 훈련을 끝내고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류중일 감독은 "수양하러 갑니다"라는 끝인사를 남겨 폭소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