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역대 FA(프리에이전트) 최고 금액이 1년 만에 깨졌다. '20대 포수'가 세운 기록은 '20대 거포 야수'에 의해 바뀌었다. 이제 '20대 좌완 투수'에게 시선이 쏠린다.
최정(27)은 26일 원소속팀과 우선협상기간 마감일에 SK와 4년간 86억원(계약금 42억원, 연봉 44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최정은 지난해 강민호(29·롯데)가 세운 역대 FA 최고액(4년 75억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번 시즌 최정은 일찌감치 FA 최대어로 꼽혔다. 비록 올해 잔부상으로 82경기 출장에 그치며 타율 0.305, 14홈런 76타점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2010~2013년 4년간 타율 3할-20홈런이상씩을 꼬박꼬박 넘겼다. 대형 3루수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이다. 게다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다. 4년의 계약 기간은 선수의 최전성기로 통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다. 앞으로 성장이 더 기대되는 선수이다.
강민호는 지난해 포수 품귀 현상에 따라 '젊은 포수' 프리미엄을 한껏 누렸다. 대형 FA 계약의 상징이던 2005년 심정수(전 삼성)의 기록(4년간 최대 60억원)을 깨뜨렸다. 그러나 강민호의 기록을 단 1년 만에 최정이 11억원 더 경신했다.
아직 FA 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기록을 노리는 20대 젊은 투수가 있다. 장원준(29)이다. 그는 원소속팀 롯데와의 우선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가치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싶어했다. 롯데가 강민호를 뛰어 넘는 역대 최고 4년간 총액 8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제안했으나, 장원준은 심사숙고 끝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5년 연속 10승 투수, 게다가 좌완의 희소성까지 더해져 장원준의 시장 가치는 높다. 투수력 보강을 원하는 타 구단이 눈여겨 보고 있다. 장원준 정도라면 한화와 KIA 등 투수력이 약한 하위권 팀뿐 아니라 외부 FA 보강을 노리는 LG 등도 관심을 갖을 만한 카드다. 장원준도 이 같은 FA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롯데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열된 FA 시장에 나오면 몸값이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올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FA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주전 외야수의 몸값은 4년간 50억원이 기본이 됐다. 강민호가 75억원, 1년 만에 최정은 86억원을 손에 쥐었다. 장원준은 어떤 금액을 받아들지 흥미롭다. 그 출발선은 롯데가 제시했다는 88억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