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은 또 한 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6년부터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8월 1일 8위로 추락한 뒤 일찌감치 순위가 굳어졌다.
투·타 모두 삐걱거렸다. 팀 평균자책점 7위, 팀 타율이 8위로 하위권이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부상이다. 한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했다. 허삼영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꾸리기 힘들 정도였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아픈 선수가 나왔다. 143경기를 치르는 동안 136개의 라인업을 사용해 한화(139개)에 이어 2위. 리그 평균인 118개를 훌쩍 넘겼다. 그만큼 라인업이 자주 바뀌었다는 의미다.
리그에서 부상자명단(IL)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올해 신설된 IL은 선수가 경기나 훈련 중 다쳤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최대 30일까지 IL 등재가 가능한데 이 기간 1군 엔트리에서 빠지더라도 선수의 등록일수를 인정해준다. 삼성은 28일까지 IL 이용 횟수가 총 41회로 LG와 두산(이상 36회), SK(32회)에 앞선 압도적인 리그 1위. 이 부문 최저인 롯데(18회)의 2배가 넘는다. 리그 평균은 29.7회이다.
끊임없이 IL이 운영됐다. 개막 첫 달인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IL 등재가 8회. 8월과 9월에는 각각 7회와 5회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달인 10월에도 내야수 김상수, 강한울을 포함해 다섯 명이 현재 IL을 오갔다. 특히 순위 싸움이 한창인 7~8월 부상자가 겹치면서 경쟁 동력을 얻지 못했다. 8월 초 허삼영 삼성 감독은 "주전이 3명 남았다"고 에둘러 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구상대로 시즌을 치르기 힘들 정도였다.
타선에선 구자욱·이학주·강민호를 비롯한 주전급 선수 대부분이 IL을 경험했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는 허리 부상을 이유로 지난 7월 퇴출당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도 두 번이나 IL을 다녀왔다.
투수 쪽 사정도 비슷하다. 개막전 3선발 백정현이 팔꿈치 부상으로 7월 21일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는 옆구리 부상 때문에 50일 넘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외국인 투수가 두 달 넘게 빠지니 선발진이 그만큼 헐거워졌다. 불펜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최지광은 어깨 염증 소견을 받고 9월 19일 시즌 아웃됐다.
지난해 NC는 부상자가 많은 구단 중 하나였다. 개막 전부터 나성범과 박민우·구창모·이민호 등 투타 핵심 전력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개막 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고 시즌 말미 트레이닝 파트를 보강했다. 그 결과 올해 롯데 다음으로 IL 이용 횟수가 적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전완근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지만,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제자리를 지켰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 중 하나다.
사자구단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선 부상 관리가 필수다. 아무리 좋은 선수도 뛰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