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는 황보관 기술위원장 후임으로 이용수 교수를 선임했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이 교수가 기술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축구 팬의 기대에 부응해 기술위원회를 이끌어갈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신임 위원장은 서울체고와 서울대를 거쳐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학구파 축구인이다. 앞서 기술위원(1997~1998)과 기술위원장(2000~2002)을 지냈고 지난해부터는 축구협회 미래전략기획단장으로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했다.
이 위원장은 검증된 인사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다. 탁월한 기술분석 뿐만 아니라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며 막후에서 한국의 4강 신화에 큰 공을 세웠다. 이번에도 차기 기술위원장의 유력한 후보로 초반부터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 위원장 선임은 축구협회의 탕평인사라는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 위원장은 작년 협회장 선거 때 정몽규 회장과 반대편에 섰다. 협회가 이 위원장에게 미래기획단에 이어 기술 파트 수장까지 맡겼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축구협회는 이날 이 위원장 선임만 발표했을 뿐 향후 기술위원회 개편 등의 밑그림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일단 이 위원장에게 기술위원회의 독립과 전권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28일 공식 기자회견 때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 새 기술위원은 다양한 인물들로 꾸려질 전망이다. K리그 감독과 대학 지도자, 전직 코칭스태프 등을 영입하고 이 중 일부는 상근위원으로 위촉해 책임감을 갖고 일관성 있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물밑에서 몇몇 인사들과 이미 접촉 중이다.
기술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사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기술위원은 "기술위원회는 예산의 독립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기술위원회가 예산을 쓰려면 일단 행정 지원 파트 부서인 기술교육실을 거쳐 전무이사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 기술위원은 "대표적인 예가 현재 진행 중인 브라질월드컵 백서 작업이다. 백서는 처음부터 기술위원회에서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몇몇 수뇌부의 눈치보기와 노골적인 반대로 시작도 못할 뻔했다"고 귀뜸했다. "기술연구원을 대표팀 경기 때 파견하는 것조차 '왜 가야 하며 가서 뭘 하느냐'는 반응이어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기술위원회가 독립하려면 자체예산 확보가 우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 선임으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정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게 됐다. 이 위원장과 축구협회는 조만간 기술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차기 사령탑 물색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외 여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재풀을 검증해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