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시즌 첫 완투승을 따냈다. 지난해 보여준 강력한 모습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완전히 달라진 볼 배합으로도 완투승을 따내며 '괴물'의 면모를 뽐냈다.
로저스는 29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7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127개의 공을 던졌고, 스트라이크는 88개를 꽂아넣으며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최고 구속 151㎞를 기록한 직구와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던지며 삼진은 8개를 뽑아냈다. 로저스의 호투에 타선은 9득점으로 화답했다. 9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진 로저스는 팀의 시즌 첫 완투승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는 시즌 처음으로 4연승에 성공했다.
로저스는 지난해 KBO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140㎞ 초반의 고속 슬라이더를 섞어던지며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후반기 10경기에서 6승을 따냈는데, 완투가 4차례(완봉 3회)에 달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이닝· 투구수 증가는 팔꿈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껴 훈련을 중단했고, 5월초까지 '개점 휴업'했다.
로저스는 변화를 택했다. 강속구-슬라이더 조합을 줄이고, 변화구 비중을 높였다. 1~3회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며 체력을 아낀 뒤 4~5회 직구 구속을 끌어올렸다. 경기 후반에는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며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유인했다. 완투승을 따낸 29일 롯데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127개의 투구 가운데 직구는 32개에 불과했다. 슬라이더가 43개에 달했고, 체인지업과 커브는 각각 36개, 16개 구사했다.
로저스의 볼배합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추측할 수 있다. 4~5선발이 없는 한화는 로저스가 나흘 휴식 후 등판하는 일이 많다. 체력 회복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다보니 힘을 덜 들이는 변화구 비중이 높아졌다. 불펜진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로저스가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한화는 27~28일 송창식과 권혁이 연투를 했다. 29일 등판은 어려운 상황. 로저스가 9회를 책임질 수 밖에 없었다. 7회까지 투구 수 104를 기록한 로저스는 나머지 2이닝을 23개의 공으로 버텨냈다.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이 주효했다.
로저스가 볼배합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로저스는 "포수 조인성의 리드를 따를 뿐이다. 매이닝 타자마다 직구와 변화구 조합을 다르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남은 경기 목표는 매경기 최대한 많이 던지는 것이다.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타자가 어떻게 치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던지는 지가 더 중요하다. 완투승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