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은 1회 초 2사 1, 3루 찬스에서 첫 타석을 소화했다. 유독 침착했다. 삼성 선발 이승민의 4구째까지 꿈쩍하지 않았다. 5구째에 가서야 배트를 처음 휘둘렀다. 두 차례 파울 이후 7구째 시속 120㎞ 체인지업을 공략해 결승타로 연결했다. 경기 후 그는 "워싱턴 타격 코치가 타석에 들어가기 전 '네 공이 들어오기 전까지 기다리면 분명 좋은 공이 올 것'이라고 했다. 차분하게 기다렸고 내 공을 치려고 생각했다"며 1회 초 타석을 복기했다.
노시환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중용되는 유망주다.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와 함께 개막 후 줄곧 중심 타선에 배치된다. 수베로 감독은 그에 대해 "가능성이 아주 큰 타자"라고 촌평했다.
워싱턴 코치가 1대1에 가까운 전담마크로 심혈을 기울여 노시환의 성장을 돕는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두루 활동한 워싱턴 코치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를 거치면서 수많은 유망주를 지도했다. 다저스 시절엔 작 피더슨과 코리 시거 등의 육성을 담당했다. 타자 개별의 장점을 극대화해 각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코칭을 하는 게 강점. 노시환은 워싱턴 코치가 주목하는 선수다.
그는 "워싱턴 코치가 강조하는 건 멘털(정신력)이다. 기술적인 것보다, 타석에 어떻게 임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조언한다. 메이저리그에 있던 코치라서 아는 게 많다. (워싱턴 코치의 경험을) 쏙쏙 빼 와서 이식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가르침을 잘 흡수한다. 14일 대구 삼성전 첫 타석이 대표적. '기다림'을 강조한 워싱턴 코치의 조언을 곱씹으며 타석에 들어섰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서로 공유하고 풀어낸다. 노시환은 "선구안이 약해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는 공은 참아낼 수 있는데 하이 패스트볼엔 스윙이 계속 나간다. 이 부분을 보완하면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도 더 집중한다. 노시환은 지난해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0.191(왼손 0.346)였다. 올 시즌에도 15일까지 0.208(왼손 0.833)로 낮다. 그는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슬라이더나 포크볼에 약하다. 심리적으로도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 살짝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은 정은원·하주석과 함께 '한화의 미래'다. 올 시즌 첫 9경기 타율이 0.353(34타수 12안타)로 4할에 육박한다. 출루율(0.405)과 장타율(0.647)을 합한 OPS가 1.052로 높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에 지명된 잠재력을 서서히 폭발시키고 있다. 노시환은 "내가 팀의 중심이라고 하는 건 부담스러운 말"이라며 "팀 사정상 중심 타선을 맡고 있지만, 최대한 주자를 불러들여 이기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시즌 중반에 찾아올) 슬럼프를 잘 극복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