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근우(32)는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다. 지난 2007년부터 6회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며 3회 우승을 일궈낸 'SK 왕조'의 주역이다. 누구보다 '강팀 DNA'를 잘 알고 있는 그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 분위기에 대해 "동료들에게 전보다 승리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며 "SK 시절 한창 성적이 좋았을 때의 느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는 8월 한 달간 11승 7패로 9개 구단 중 승률 3위(0.611)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 막판부터 '안-정-진(안명명-박정진-윤규진)' 트리오가 불펜에서 안정감을 더했고, 선발진도 지난 22일 문학 SK전부터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상승세에 있다. 마운드의 선전 속에 팀 타선도 힘을 냈다. 김태균, 정근우 등 주축 타자들이 제 몫을 했고, 송광민과 김태완도 힘을 보탰다. 팀 타율(0.303)도 삼성과 SK에 이어 3위다.
전반기가 끝날 때만 해도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는 최하위 탈출뿐 아니라 4강 진입에 대한 희망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경기까지 8위 KIA와는 1.5경기 차, 4위 LG와도 5.5경기 차로 좁혔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긴 것도 당연했다.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올 시즌 한화에서의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정근우는 "한화에 와서 처음 느껴보는 팀 분위기다"며 변화를 반겼다. 그는 "최근 상승세를 통해 팀에 도움이 되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커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지는 경기가 많으니까 경기에 나서면서 위축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야구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은 경기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4강 진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승세가 너무 늦게 왔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정근우는 눈 앞에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상승세가 빨리 왔다면 당연히 안 좋은 시기도 오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이제야 알게 된 '이기는 법'과 '긍정의 힘'을 남은 시즌뿐 아니라 내년 시즌에도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근우 자신도 누구보다 힘을 내고 있다. 최근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인 그는 지난 26일 시즌 초반 이후 처음으로 3할 대 타율에 복귀했다.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팀에 고참으로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최근의 타격감에 대해 정근우는 “기술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팀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가운데 나 역시 팀의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더욱 집중하는 것이 안타가 이어지는 이유 같다"고 전했다.
한화는 28일 대전 넥센전에서 패하며 3연승이 끊겼다. 팀 분위기는 좋지만 여전히 성적은 최하위다. 일시적인 선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근우가 말하는 '현재의 마음가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화가 남은 경기에서도 변화된 모습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