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KBO리그 모두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정착했다. 어느 팀이건 모호한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고, 심판진은 판독 센터에서 주는 최종 결정을 기다린다. 보통 결정이 나오기 전 중계 방송사 측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결과'에 대한 감을 잡는다. 그런데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열린 애틀랜타-필라델피아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경기는 9회 초 나온 디디 그레고리우스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필라델피아가 7-6으로 승리했다. 문제는 결승점이 나온 상황. 그레고리우스의 짧은 좌익수 플라이 때 3루 주자 알렉 봄이 홈으로 달렸고,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중계 방송사 화면에는 알렉 봄의 발이 홈플레이트에 닿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화면을 본 애틀랜타 홈 팬들은 아웃을 예상해 환호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애초 심판 판정대로 세이프가 유지됐다.
경기가 끝난 뒤 애틀랜타 투수 드류 스마일리는 "잘못된 판정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뭐 때문에 비디오 판독을 하느냐"고 일갈했다. 포수 트레비스 다노 역시 "이런 비디오 판독이라면 더는 원치 않는다. 오히려 경기 시간만 늘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9일 열린 뉴욕 메츠-마이애미전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2-2로 맞선 9회 말 만루 찬스에서 메츠 마이클 콘포토가 끝내기 몸에 맞는 공을 얻어냈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보면 콘포토가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밀어 넣었다. 야구 규정상 투구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면 타자의 신체 어느 부위에 맞아도 몸에 맞는 공으로 선언되지 않고 볼 데드가 된다. 하지만 이 상황은 비디오 판독 요건이 되지 않아 판정이 뒤집히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으로 많은 오심이 바로잡힌다. 하지만 간혹 나오는, 이해되지 않는 결과가 비디오 판독의 좋은 점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알렉 봄의 경우 판독 센터 측은 "모든 각도에서 이 장면을 바라봤을 때 봄의 발이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는지 아닌지를 판정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 경우 '판독 불가'에 해당해 원심이 그대로 유지된다.
어떻게 하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까. 현재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돼 있다. 홈런/파울, 페어/파울, 아웃/세이프 등 극히 한정적이다. 이런 한계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크다.
콘포토의 몸에 맞는 공은 두 번의 잘못된 판정이 겹쳤다. 먼저 론 쿨파 심판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또 이 투구가 만약 볼이라고 해도 타자의 고의성을 체크했어야 했다. 이 상황이 판독됐다면 아마 경기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다. 어떤 플레이든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비디오 판독을 제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판독 불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심판은 사람이다. 즉 모든 판정이 기계처럼 정확하게 나올 수 없다. 이 부문을 인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플레이를 살펴보고, 오심을 줄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애초의 취지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구장에 더 많은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판독 센터가 책임을 지고 판독 불가 사례를 줄여야 한다.
콘포토의 끝내기 몸에 맞는 공 이후 쿨파 심판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했다. 반면 판독 센터는 결과에 의구심을 표한 매체에 달랑 '판독 불가'라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 게 전부였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 이전엔 그라운드의 모든 판정을 심판이 책임졌지만, 판독 센터는 아직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판독 센터에서 일하는 인력은 현대 야구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에게 강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정확한 판정을 위한 진일보일 것이다. 그래야 불완전한 시스템이 더 견고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