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KT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제 팀의 진짜 전력으로 5강 경쟁에 임해야 한다. 극복이 필요한 불안 요소 네 가지가 있다.
KT는 지난 4일 고척 키움전에서 승리하며 5위에 올라섰다. 6일 SK전도 승리하며 지켜냈다. 그러나 이후 일곱 경기에서는 5패(2승)를 당했다. 하락세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수비 집중력이다. 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3루수 윤석민이 2회말 허경민의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포구 실책이 나왔다. 이후 1루수가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투수에 부정확한 토스를 하거나, 평범한 뜬공의 낙구 지점을 포착하지 못하는 장면도 나왔다. 주전 포수 장성우의 포일도 있었다.
13일 사직 롯데전은 실책이 패전으로 직결됐다. 4-4 동점이던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호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강민국이 처리하지 못했다. 발이 느린 타자 주자를 감안하지 못하고 급하게 송구하다가 실책을 했다. 공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추가 진루까지 허용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투수 김재윤은 제이콥 윌슨과 채태인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5-6으로 패했다.
8월 치른 11경기에서 8실책을 기록했다. 10구단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한창 페이스가 좋던 6, 7월에는 43경기에서 21개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 적었다. 클러치 수비 역량이 떨어진 탓에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좋은 흐름 속에 이전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8월에는 더운 날씨, 순위 경쟁 등 변수가 작용한 모양새다. 일단 첫 번째 과제는 수비 안정이다.
가늠이 어려운 젊은 투수들의 페이스도 불안 요소다. 공격적인 투구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던 김민(20)는 7월 말부터 급격하게 투구 내용이 안 좋아졌다. 올 시즌 처음으로 세 경기 연속 4실점. 볼넷이 늘었다. 제구력은 몸 상태나 집중력과 연관이 있다.
데뷔 2년 차 김민은 지난 시즌에 37⅓이닝을 소화했다. 올 시즌은 129⅔이닝을 막았다. 100이닝 가까이 더 던졌다. 이미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있다. 사령탑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난조도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순위 경쟁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다 보니 안 쓸 수가 없다.
배제성(23)과 김민수(27),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다른 두 투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선전했지만 기복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강철 감독은 새 얼굴 이정현을 활용해 다른 투수들에게 일시적으로라도 휴식을 부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내야진의 공격과 수비도 문제다. 8월 들어 득점력이 저하된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특정 선수들만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준,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그리고 조용호 정도만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고 내야진은 침체됐다. 수비력을 믿고 내보낸 내야수가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헐겁다. 이 감독도 자극 효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내야 보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마지막 불안요소는 로하스다. 공격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중견수를 맡기기 어려울 만큼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 그를 좌익수에 고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수 기용과 활용에도 제한이 생긴다.
때로는 팀 분위기를 저해한다. 14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본 헤드 플레이를 했다. 로하스는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서준원의 초구를 공략했다. 좌측 외야로 떠올랐고 선상 안쪽에 떨어졌다. 그 공을 보고만 있었다. 뒤늦게 1루로 뛰었다. 타구의 체공 시간을 감안하면 2루까지 밟을 수 있었다. 타구 결과를 떠나 무조건 뛰어야 했다이 감독은 이어진 수비에서 그를 뺐다.
이 경기는 이겼다. 그러나 박빙 승부에서 그런 플레이가 나와 승기를 내준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로하스의 전력과 성향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