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시즌은 유독 전광판에 '숫자 '0'이 많이 새겨졌다. 외인 투수가 주도하는 '투고타저' 가을 야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22일 열린 LG와 NC의 플레이오프(PO) 2경기에서 나온 총득점은 불과 7점이다. 상대적으로 담장까지 거리가 짧은 마산 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난타전'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타선은 조용했다. 전력 분석원, 공식기록원이 쓰는 야구 기록지는 매우 깔끔했다.
2경기 연속 '외인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고, 이들이 모두 호투를 했기 때문이다. 2연승을 거둔 NC는 그저 LG 타선보다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이 좋았을 뿐이다.
1차전에선 헨리 소사(LG)와 에릭 해커(NC)가 맞붙었다. 사실 LG가 1차전 선발 투수로 소사를 낙점한 LG의 선택은 의외였다. 후반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데이비드 허프가 4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상문 LG 감독은 "소사의 등판 간격이 벌어지면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순리를 택했다.
순리를 바탕으로 실리를 했다. 양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NC 타선은 정규 시즌 이후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소사의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NC 타선은 3회까지 소사의 빠른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스윙이 밀리다 보니 변화구를 노렸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쳤지만, 각도가 좋은 공엔 방망이를 헛돌리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타구에 그쳤다. 이날 소사는 6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NC 해커 역시 지난해 다승왕, 팀 에이스에 걸맞은 투구를 했다. 7이닝 동안 허용한 피안타는 3개 뿐이다. 그 중 피홈런 2개가 포함돼 2실점을 했다. 모두 간신히 좌측 폴대 안쪽으로 휘어들어간 타구였다. 해커는 올 시즌 LG전 3경기 등판에서 16⅔이닝 동안 10실점을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5.40. 이날 투구는 이전 기록이 반영되지 않았다.
2차전은 허프와 스튜어트가 투수전을 이어갔다. 허프는 6회까지 피안타 3개만을 허용했다. 3회까지 모두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지만,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웠고, 바깥쪽과 몸쪽을 자유자재로 공략했다. 7회 말, 2사 1루에서 박석민에게 148km 짜리 몸쪽 직구를 통타당해 허용한 투런 홈런이 유일한 흠. 결과만으로 비난하긴 어려운 투구였다.
스튜어트는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챙겼다. 상대 타자를 현혹하는 커터는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1회 초, 2사 후 상대한 박용택, 2회 1사 후 상대한 오지환에게 던진 바깥쪽 커터는 홈플레이트 바깥쪽에서 존 안으로 들어가는 백도어였다. 좌타자에겐 멀어보일 수밖에 없다. 커터와 체인지업을 앞세운 스튜어트는 삼진 7개까지 곁들이며 LG 타선을 침묵시켰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서도 KIA 헥터 노에시가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부를 2차전으로 이끌었다. 준PO 2차전에선 넥센 에이스 앤디 벤헤켄이 기세를 올리던 LG 타선을 7⅔이닝 1실점으로 막아냈다.
공격력과 실책으로 좌우되던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진 포스트시즌과 다른 양상이다. 팬들은 극복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경기 후반을 맞이하고 있다. 또다른 야구의 재미가 가을을 수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