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미모뿐 아니라 연기력과 예능감까지 김희선(40) 꽃이 만개했다.

'품위있는 그녀'는 JTBC 개국 최고시청률인 9.9%까지 치솟았다. 그 중심에는 배역 이름처럼 우아한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김희선이 있다. 실제로 김희선만큼 똑 부러지고 당찬 캐릭터 그대로다. 방송 때마다 화제의 연속이고 '김희선 패션' '김희선 메이크업' 등 유행을 이끈다. 과거에도 '김희선 머리띠' '김희선 핀'이 유행했는데 또다시 반복이다.

'품위있는 그녀'로 또다시 전성기가 찾아왔다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 "'앵그리맘' 때도 그랬고 늘 그랬어요. 매번 재평가되고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하고요.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다 관심이잖아요. 감사하죠."

누가 김희선 같은 아내를 두고 바람 필 수 있으랴. 드라마니까 가능한 내용이다.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어떻게 바람을 피워요. 그래서 그런지 남편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박복자 죽인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한참 안 가르쳐 주다가 계속 조르길래 알려 줬어요."

예능감도 좋다. tvN '섬총사'로 섬을 투어 중이고, 어른들의 사랑 역시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SBS '미운 우리 새끼' 스페셜 MC로 투입됐다. 1회 출연이었지만 반응은 엄청났다. "나한텐 시어머니 4명과 방송하는 것만큼 긴장됐거든요. 막상 가니까 너무 반겨 주셔서 좋았어요."

주량을 묻자 오히려 되묻는다. '서너 병 마신다는' 기자의 대답에 "양주 말하는 거죠? 소주 세 병? 장난해"라며 꾸짖는다. 많은 여배우들과 취중토크를 진행했지만 이런 여배우는 처음이었다. "취중토크잖아요. 술 안 마실 거면 응하지 말아야지. 오늘 제대로 한 번 살려 봅시다." 3시간을 말하고도 모자랐는지 "나중에 인터뷰 말고 따로 만나요. 할 말 많으니까"라며 떠났다.
 

-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은 얼마나 되나요.
"무한이에요.(웃음) 취하긴 취하는데. 기분에 따라, 속의 상태에 따라 달라요. 빈속이면 더 빨리 취해요."

- '토마토(토하고 마시고 토하고)'라는 별명이 있잖아요.
"그건 철없을 때 얘기죠. 지금은 아니에요. 그렇게 마시면 며칠은 앓아 누워야 해요."

- 특별한 술버릇은 없나요.
"진짜 흥이 많아요. 마이크를 잡으면 안 놓는 스타일이거든요."

- 술을 자주 마시나요.
"(취중토크 진행 당시 기준) 사실 그저께도 마셨어요. (강)호동이 오빠랑 섬에서 술을 마셨거든요. 진짜 잘 마셔요. '섬총사' 촬영 때문에 4박 5일 동안 있었는데 비 한 방울 안 왔어요. 너무 더웠는데 계속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하니까 비가 오듯 땀이 흘러내리더라고요. 호동이 오빠는 뿜어냈어요."

- 술을 사랑하는 배우예요.
"자고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친구가 많아요. 남편도 그래요. 제 기준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에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어요." 

- JTBC 역대 드라마 최고시청률 기록을 경신했어요.
"작가인 (백)미경 언니랑 친해져서 맨날 통화하는데 '기왕 '힘쎈여자 도봉순' 기록을 깰 거면 '품위녀'로 깼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작품이 자기 작품을 깼으면 좋겠다고요.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 몰랐어요. 솔직히 9%까지 기대도 안 했고, 생각도 안 했거든요. 7%만 넘으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가뿐하게 넘어서 실감이 잘 안 나요."

- 하지만 첫 회엔 시청률이 2% 나왔어요.
"백미경 작가에게 '다음 것 빨리 써'라고 했어요.(웃음) 안 그래도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것 쓰다가 심심하면 날 부르라고 했죠. 둘 다 우울해하다가 7회 딱 넘어가니까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기운이 났어요. 그 당시 언니가 '너희 둘(김희선·김선아) 데리고 이 정도로 시청률이 안 나올 줄 몰랐다'고 솔직하게 말하더라고요. 진심을 팍팍 긁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도봉순' 작가가 이런 시청률이 나올 줄 나도 몰랐다'고 디스했어요."
 

- 직접 싸우는 신은 없었어요.
"유일하게 때리지도, 맞지도 않는 게 우아진이에요. 끝까지 품위를 지키거든요. '윤성희(이태임)를 어떻게든 처단해야지' 이게 맞는 얘긴데 끝까지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우아하게 혼을 내주죠. 우아진은 혼자의 감정만 생각하지 않고 큰 그림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여자예요. 아이 엄마나, 한 남자의 아내로서 참을 수 없는 경지까지 다 보면서도 한발 뒤에서 바라보는 여자죠. 사실 세상에 이런 여자는 없어요."

-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태임이에게 '쓰레기'라고 막말하다가 무릎을 꿇고. 아내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걸 다한 거예요. 솔직히 연기를 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공감이 안 가고 내 얘기 아닌 것 같으면 너무 엉뚱해서 공감을 못 얻을 수 있는데 우아진은 그렇지 않잖아요. 사람들한테 공감을 얻으면서 품위도 지키고. 일단 김희선은 못해요. 연기니까 한 거죠."

- 김희선이라 더 반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 더 그럴 수 있어요. 실제론 우아진과 다르니 반전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우아진에게 처음부터 끌렸나요.
"처음엔 어떤 배우라도 박복자에게 끌릴 거예요. 처음부터 캐릭터가 세고 재밌으니까요. 그런 역할을 한 번도 안 해 봤기 때문에 하면서도 재밌을 것 같아서 감독님한테 '저 복자 할래요' 했어요. (김)선아 언니가 캐스팅이 좀 늦게 됐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작가도 '우아진이 딱 너'라고 하기도 했죠."

- 겨울에 촬영을 진행해 많이 추웠죠.
"입김이 계속 나왔어요. 서리가 맺힐 정도였어요. 다들 찬물과 얼음을 입에 물고 촬영하기 전에 삼키고 대사를 했어요. 얇디얇은 실크 옷이라 안에 껴입을 수도 없었어요."

- 극 중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스타일리스트가 대본을 보고 분석해서 90% 정도 하면 가끔 한 번씩 바꿔요. 아무리 옷이 예뻐도 연기를 할 때 편해야 감정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감정신이나 생각하는 게 좀 많은 장면은 편한 옷을 입으려고 해요. 오열하거나 몸동작을 해야 하는데 옷이 너무 꽉 끼면 제대로 몰입을 못 하잖아요."
 
- 이번에도 '완판녀'에 등극했어요.
"재벌가 사모 역할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한두 개밖에 없는 아이템이에요. 쇼라인 명품들이라 완판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태임이와 식당에서 삼자대면할 때 했던 머리핀이 있는데 그 상품을 모방한 게 많이 나오더라고요. 비슷한 상품들이 많이 나오길래 '많이 좋아해 주는구나'를 느꼈어요."

- 연기의 깊이가 깊어진 것 같아요. 
"병원에 입원해서 지후(이채미)가 보낸 문자를 보고 오열하는 신이 있는데 조명을 맞추고 있는 사이에 문자만 보고 눈물이 나서 죽겠더라고요. 지후가 아니라 진짜 제 딸인 연아가 보낸 문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정에 확 몰입됐어요. 제가 지후에게 '아빠랑 같이 살지 않아도 괜찮냐'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감독님이 가장 좋아했어요. 지후가 '엄마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너무 울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그때 나뿐 아니라 전 스태프가 다 울었어요."

>>②편에서 계속

김진석·황소영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가로수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