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26·양주시청) 2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제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81kg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전은 이날 그가 치른 경기 중 백미였다. 81kg급으로 체급을 올린 왕기춘은 챔피언을 상대로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는 2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제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81㎏급 준결승전에서 김재범(29·한국마사회)에 지도패(2-3) 했다. 비록 졌지만 왕기춘은 이 체급 최강자인 김재범을 상대로 단 한 개의 기술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몽골 그랑프리(은메달) 당시 심각할 정도로 부족했던 체력 문제도 보완했다. 그는 체력이 강점이 김재범과 정규시간 5분을 다 쓰면서도 마지막까지 몰아쳤다. 다만 실전 부족에서 나오는 잡기싸움에선 밀렸다. 그래서 김재범에게 포인트를 따낼 기회도 잡지 못했다. 결국 왕기춘은 김재범보다 지도 1개를 더 받으며 패배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며 기어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체급을 올린 지 꼬박 1년이 됐다.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은 왕기춘은 작년 11월 73kg급에서 81kg급으로 한 체급을 올렸다. 73kg급 시절 국제유도연맹(IJF)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당시 기억은 접어두고 혹독한 준비 기간을 거쳐 새 체급에 적응했다. 지난 1년 새 왕기춘은 대표선발전을 포함해 각종 대회에 출전했지만 대부분 조기 탈락했다. 물론 김재범과 대결할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은 약이 됐다. 지난 5일 마침내 회장기 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김재범 불참)에서 체급 조정 후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후 유도 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면 둘 다 이길 확률이 반반이다. 왕기춘이 유리하지 않지만 절대 밀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말 그대로 왕기춘은 김재범과 처음 맞붙은 경기에서 접전을 펼쳤다.
이제 남자 81kg급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제패한 김재범은 향후 몇 년간도 순항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거센 풍랑' 왕기춘이 나타났다. 그는 73kg급 시절 김재범을 포함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파도'였다. 이제 잠시 잠잠했던 파도가 다시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을 선언한 김재범을 향한 왕기춘의 파도는 더욱 더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