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도 모자라, 집계 오류로 1위 수상자가 바뀌는 사고까지 쳤다. 27일 KBS 2TV '뮤직뱅크'의 1위는 걸그룹 AOA로 결정됐다. 하지만 사고였다. 음반 차트 집계 점수에서 오류가 발생해, 1위였던 트와이스가 2위로 밀려났다.
이러한 집계 오류는 팬들이 먼저 지적했고, KBS 측도 잘못을 인정했다. 1위 공약으로 맨발 퍼포먼스를 펼친, AOA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집계 오류는 사실 한 번의 코미디로 끝날 일이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음악 방송의 '순위제'다. 오래전부터 가요계에는 '순위제 무용론'이 힘을 얻어왔다. 순위제가 여러가지 문제점들만을 양산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공정성과 대표성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방송사들마다 모두 순위 프로그램을 갖는 구조에서, 모두 다른 순위가 집계되니 '순위제 무용론'은 당연했다. KBS에서는 1위곡이 SBS에서는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경우 등이 보였다. 집계 방식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순위에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성도 여러번 도마위에 올랐다. 순위 조작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일부 기획사에서는 방송사 충성도가 높은 회사 위주로 순위가 조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가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일에 맞춰 트로피를 나눠준다는 의심도 있었다. 이 모든 의심은 정말 의심일 뿐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27일 '뮤직뱅크'의 사고 한 번에 이러한 의심은 더욱 힘을 얻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순위제는 가요 기획사를 길들이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볼멘소리들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MBC '쇼! 음악중심'은 지난해 11월 순위제를 가장 먼저 폐지했다. 당시 "가수들의 경쟁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선보이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다른 방송사의 동참까지는 끌어내지 못했다.
27일 사고 이후에도 KBS 측은 "시스템을 정교하게 수정해 실수를 없애겠다"며 순위제를 폐지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가요 기획사 임원은 "모두가 불편한 순위제는 폐지 말고는 답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방송사 순위제 때문에 음원 출시일부터 활동 시기까지 고려하고 고민해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가 음악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 순위제 때문에 눈치를 보는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2위 가수가 1위 가수에게 박수쳐주지도 않는다. 가수들 표정 어두운 것도 다 보인다"면서 "누가 가수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방송사와 기획사들의 논리에 휘둘리고 상처 받는 건 결국 가수들이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