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일부터 남부 지방에서 2차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2~3일 NC와 평가전을 앞두고 마산구장에서 훈련한 가운데, 투수들은 비를 맞으며 그라운드에서 캐치볼 등의 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율했다. 그런데 일부 주축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엔 류지현 LG 감독의 배려가 담겨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선수 중 1군 주축 멤버는 고우석과 정우영, 정주현,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 정도였다. 김현수와 채은성, 오지환, 유강남, 로베르토 라모스, 김용의(이상 야수진) 차우찬, 임찬규, 이민호, 김윤식(이상 투수) 등 총 16명은 이번 NC와 원정 평가전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1차 캠프가 진행된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계속 남아 훈련 중이다. 이르면 다음 주 울산 원정부터 선수들이 속속 합류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면서 생겨난 이례적인 모습이다.
올 시즌부터 LG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 감독은 1일 훈련이 종료된 뒤 "선수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LG는 2일부터 NC, 롯데, 삼성, 두산, 키움, KT 등과 평가전을 갖는다. 마산-부산-울산-대구를 돌며 2주간의 긴 원정이 이어진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물론 컨디션 유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일일이 면담 시간을 가졌다. 언제쯤 평가전에 출전하고, 몇 타석 정도를 치르고 시즌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지를 물어봤다. 류지현 감독은 "선수마다 루틴이 있지 않나"라며 "교감을 통해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다.
평가전은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기간이다. 제한된 평가전에 모든 선수가 나설 수 없다. 대부분의 주축 선수는 5회 전후까지 경기를 소화한 뒤 교체돼 휴식하기 마련이다.
이 부분에서 류지현 감독은 "오해는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나도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는데 왜 내게는 기회는 안 주는 거야'라는 식의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 평가전 후반에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된 일정 안에서 경기 출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목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사소한 것으로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팀 내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셈이다.
류지현 감독은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이나 컨디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클 터. 하지만 선수와 코치, 감독까지 'LG 원클럽맨' 류지현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선수들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