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전국 시청률 21.8%(이하 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오른 '개그콘서트'가 5년 만에 4.9%까지 떨어졌다. 지난 12일 방송분은 '개그콘서트' 역사상 가장 낮은 시청률이다. 어찌 보면 다른 의미로 또 다른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개그콘서트'의 몰락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코너가 나와도 비슷한 패턴의 반복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무료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김준호·김대희·신봉선·유민상 등 선배 코미디언들이 바쁜 버라이어티 스케줄을 쪼개 '개그콘서트'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그는 호응을 얻지 못할 뿐이다. 모두가 아는 인기 코너 하나 없으니 따라 할 수 있는 유행어가 없다. 한때 광고 시장에선 '개그콘서트'서 나온 대사를 패러디해 카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전무하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것은 코너 몇 가지만 봐도 느낄 수 있다. 코너 'scene봉선生' 중 신봉선은 서태훈의 볼에 입을 맞춘다. 이 상황이 뒤바뀌어 남자가 여자의 볼에 뽀뽀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2000년대나 했을 법한 재미없고 뻔한 개그다.
고집 부리는 편성도 문제다. 동시간대에 SBS에서는 시청률 20%를 웃도는 '미운 우리 새끼'가 확실히 자리 잡았고 tvN에서는 이병헌·김태리 주연의 '미스터 션샤인'이 방송되고 있다. 새로운 프라임 시간대로 떠오른 일요일 심야 시간에 '개그콘서트'가 방송되는 채널 '7번'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여기에 코미디를 볼 기회가 많아졌다. 과거엔 코미디를 '웃찾사' '개콘' 등 방송으로만 봤지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홍대 코미디위크 등 저렴한 가격에 쉽게 볼 수 있다. 또 공개 코미디는 현장감이 생명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현장을 더 선호한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는 말처럼 '개그콘서트'를 잊고 지낸 지 너무 오래돼 안타깝다. 아직 방송되는지 되묻는 사람이 더 많다. 단순히 어떤 코미디언의 출연보다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