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가 은행 창구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전망이다. 3700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의 그룹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도 모바일 송금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메신저의 친구들끼리 돈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안이나 피싱 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카톡에 이어 밴드도 송금 서비스
네이버는 11일 밴드에서 소액 송금 기능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드에 회비를 참석자 수로 나눠 계산할 수 있는 'N빵 계산기' 메뉴가 있는데 여기에 '회비내기' 기능을 붙여 바로 송금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자지급결제 전문 기업인 옐로페이 등과 함께 모바일 송금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언제 도입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소액 송금 뿐 아니라 카드 결제 서비스를 오는 9월 중순께 선보일 예정이다. 15개 시중은행과 함께 소액 송금이 가능한 '뱅크월렛 카카오'를, 9개 카드사와 손잡고 '카카오 간편결제' 서비스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가상 계좌를 개설해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고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에게 하루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또 거래 은행 현금 기능도 넣어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도 가능하다.
카카오 간편결제는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처음 한 번만 등록하며 물건 등을 살 때 비밀번호만 입력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없이 카카오톡에서 이용할 수 있고 국내 대다수의 카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카카오톡측은 모바일 뱅크 서비스를 3분기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해킹에 '카톡삥' 등 청소년 문제도 걱정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 모바일 메신저에서의 송금 및 신용카드 서비스는 이용자에게는 편리할 전망이다. 결혼식 축의금이나 동창회 회비 등 비교적 소액을 가족이나 친구 등과 주고 받을 때 카카오톡이나 밴드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 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바이러스 백신을 설치한 PC도 각종 해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보안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모바일에서 돈을 주고 받고 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최 모씨(31)는 "카톡에서 몇 만원대의 소액을 지인과 주고 받는다면 무척 편할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불안해서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사기를 치는 피싱에 대한 우려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카톡이나 밴드 친구를 사칭해 송금을 요구할 경우 네이트온 등 PC 메신저 때보다 피해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외 청소년 사이에서 '카톡삥뜯기'나 '밴드삥뜯기'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의 금융 서비스는 편리하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편리하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하느니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해킹에서부터 청소년 문제까지 여러 사안을 고려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모바일 메신저에서 하는 금융 서비스라고 해도 기존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