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23일 성남FC와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졌다. 쓰라린 패배였다. 서울은 우승 팀에 주어지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위해 시즌 막바지 FA컵 결승에 '올인'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김진규의 헤딩 슛이 골대를 맞는 등 불운까지 겹치며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허탈해할 틈도 없이 바로 중요한 경기가 벌어졌다.
서울은 26일 홈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정규리그 37라운드를 치렀다. 서울은 3위 탈환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다. 하지만 또 결정적 부족에 울었다. 에벨톤의 환상적인 오버헤드 슛이 골대 맞고 튕겼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3위 다툼에서 포항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섰다. 3위 포항은 승점 58(+12), 4위 서울은 승점 55(+13)다. 서울은 30일 제주와 최종전 원정에서 반드시 이기고 같은 시간 포항이 수원 삼성에 져야 3위를 뺏을 수 있다. 3위 팀에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진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최용수 감독은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체력과 정신력 모두 힘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3위를 위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경기 전 "아픈 패배지만 빨리 잊어야지 어쩌겠느냐. (결승전을 통해) 많이 배웠다.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던 그는 "경기라는 것이 맘대로 안 된다. 골대를 옮기고 싶은 심정이다"고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 이어 "득점할 수 있는 공격 방식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골대 맞고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력 3위 탈환이 불가능해졌지만 최 감독은 '기적'을 말했다. "축구에서는 상당히 많은 기적들이 일어난다. 정상적으로 제주전을 준비한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가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서울은 '라이벌' 수원이 포항을 눌러주길 내심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혹시 수원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최 감독은 끝까지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고 싶지 않다. 우리 힘으로 헤쳐나가겠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