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최종 합계 7언더파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이태희(34·OK저축은행)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선두에 5타 차 5위로 출발한 이태희는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2타를 잃은 이정환(27·PXG)에 역전 우승을 거뒀다. 8번 홀까지 버디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지루한 파 행진을 한 이태희는 9번 홀부터 장기인 아이언 샷이 살아나면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14번 홀까지 버디 4개로 4타를 줄여 최종일에만 2타를 잃은 이정환을 끌어내리고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15번 홀의 보기로 잠시 선두를 내줬지만 17(파3) 18번 홀(파5)의 연속 버디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6월 넵스 헤리티지 이후 3년 만의 통산 두 번째 우승.
그 해 첫 우승을 하고 대상을 받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이태희는 2016~2017년에 톱 10 한 차례씩에 그치는 부진을 겪었다. 2016년부터 골프 규칙이 개정되면서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던 롱 퍼터를 쓰지 못한 것이 부진의 시작이었다. 이태희는 “퍼팅이 흔들리면서 샷에도 영향을 미쳤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가족들의 믿음과 응원으로 마음을 추스리고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이태희는 지난 2월 태어난 아들 서진이를 보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좀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아들이 태어난 뒤 슬플 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일도 없어진 것 같다”며 “아빠가 되면서 전보다 더 밝아졌다. 조바심이 사라지니 하루하루가 즐거워졌다”고 했다.
국내 최고 금액의 총 상금(15억원)이 걸린 대회답게 우승 상금은 무려 3억 원. 이태희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제네시스 오픈과 CJ컵@나인브릿지 출전권도 받는 잭팟을 터뜨렸다. 9000만원 상당의 G70도 부상으로 받은 그는 차에 입맞춤하면서 행복한 순간을 즐겼다. 이태희는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신나게 즐기다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는 2만215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아 흥행도 잭팟이었다. 주최측 추산으로 올해 대회에는 지난해보다 4000여명이 늘어난 3만 878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아 축제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