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둔 K리그 경쟁 구도가 벌써부터 뜨겁다. 리그 첫 번째 킥오프 선언도 떨어지기 전부터 이렇게 분위기를 달군 주인공은 아직 첫 불도 지피기 전의 코트 위 전쟁이 아니라 각 구단 마스코트끼리 펼치는 장외 전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처음 선보인 '2020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가 생각보다 더 뜨거운 축구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K리그 최초의 반장선거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투표를 개시한 반장선거는 이틀 만에 총 투표수 1만 표를 훌쩍 넘어서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18일 오후 4시 기준 현재 1위는 대구FC의 고슴도치 리카. 귀여운 외모를 앞세워 압도적인 단독 1위가 예상됐으나 2위인 수원 삼성의 마스코트 아길레온이 저력을 뽐내며 이날 오후까지 엎치락 뒤치락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뒤로 3위 유티(인천 유나이티드) 4위 쇠돌이(포항 스틸러스) 등이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K리그1 12개 팀, K리그2 10개 팀의 22개 마스코트가 총출동한 이번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는 연맹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 중 하나다. 2019시즌 K리그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 연맹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K리그를 알리고, 애정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고심 중이다. 구단의 상징이자 K리그에 대한 인지도와 애정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마스코트에 시선이 향한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연맹의 이종권 홍보팀장은 "마스코트 반장선거 기획은 '펭수' 돌풍에서 착안했다. '펭수'의 인기에는 독특한 언행 뿐 아니라 귀여운 외모도 한 몫 했다고 본다"며 "각 구단이 정성 들여 만든 마스코트들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장에서나 구단 지역밀착 활동을 함께 하며 고생하는 구단 마스코트들이 한 번 쯤 전면에 나서 팬들의 주목을 받을 필요도 있다고 봤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사실 K리그 공식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처음으로 반장선거 공지가 올라왔을 때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시 K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중이었던 이적 이슈 영향도 컸고, '뭔가 대단한 것이 온다'던 티저에 비해 마스코트 반장선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냉정한 비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호응이 뜨거웠다. 이 팀장은 "투표 개시 24시간이 약간 넘은 현재(18일 기준) 약 1만 명 넘는 인원이 투표에 참가했다. 다른 이벤트들에 비해 참여율과 호응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공식 이벤트만으로 그치지 않고 각종 축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마스코트들을 응원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어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마스코트들의 존재감이 확실히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장선거를 둘러싼 분위기는 기대 이상으로 뜨겁고 치열하다. 이미 SNS에선 각 구단의 '마스코트 응원전'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자신의 SNS를 통해 유력한 1위 후보 리카에게 한 표를 부탁한 정승원처럼 선수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댓글과 커뮤니티를 통한 독려도 이어지고 있어 실제 선거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오후 아길레온의 짧았던 1위 역전과 리카의 1위 탈환이 이어졌을 때는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투표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비시즌 막바지, 개막만을 기다리던 축구팬들의 '팬심'을 제대로 저격한 모습이다.
기대 이상으로 반향을 얻고 있는 이번 반장선거는 그동안 K리그 팬들이 얼마나 다양한 이벤트에 목말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스코트의 적극적인 활약이나 머천다이징 상품과 연계는 K리그의 상품성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반장선거를 통해 마스코트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팀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면 K리그 마스코트를 중심으로 한 머천다이징 사업의 상품성과 부가가치도 재평가될 수 있다.
이 팀장은 "팬 층이 두터운 유럽 구단들의 경우 머천다이징 사업이 구단 수입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지만 K리그는 아직까진 미약하다. 그러나 구단 마스코트를 활용한 다양한 머천다이징 상품은 기존 축구팬 이외에 여성과 아동층 등 신규 축구팬이 유입되는 중요한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구단 마스코트를 널리 알리는 것은 K리그 팬층 확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리그의 새로운 시도가 될 마스코트 반장선거의 결과는 26일 열리는 K리그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