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타자의 한 방이 나오면 관중석의 환호성부터 다르다. 때로는 컨디션 난조 때문에 부진해도 항상 기대감을 갖게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두고 순위 싸움이 혼전인 가운데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각 팀의 간판 타자들이 부활해 팀의 승리를 이끌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LG는 22일 잠실 KIA전에서 3-2 승리를 하고 두산에 승률 2리가 앞선 4위를 지켰다. 전날(21일) 경기에서 우천취소와 두산의 패배로 어부지리 순위 탈환을 이뤘다면, 22일 경기에선 자력으로 4위를 지켰다. 승리는 박용택(35)이 이끌었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 무사 2루에서 우익수 앞 안타로 타점을 올리며 결승타를 쳐냈다. 그는 지난 19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동점 홈런으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박용택의 타격감은 좋지 못했다. 양상문(53) LG 감독은 19일 경기가 끝난 뒤 "박용택의 선발 제외를 고민했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베테랑이 스스로 슬럼프를 극복할 것이라 믿었고 중요한 순간에 제 몫을 해줬다.
한화도 22일 홈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승리하며 4강 불씨를 살렸다. 4위 LG와의 승차는 5경기. 단순히 1승보다 반가웠던 건 4번 타자 김태균(32)의 부활이다. 8월 초까지 제 컨디션을 유지하던 김태균은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에서 타율 0.179 그치며 부진했다. 김응용(73) 한화 감독도 19일 울산 롯데전을 앞두고 "안정감이 생긴 마운드에 비해 화력이 아쉽다"며 "김태균이 하나씩만 쳐줬어도 좋았다"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러나 역시 김태균도 부활했다. 김 감독의 아쉬움을 전해들은 듯 19일 경기에서 2루타를 신고하더니 SK전에선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김태균 19일 경기를 앞두고 얼굴에 가득한 땀과 함께 부러진 배트를 들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얼굴엔 단호한 결의가 엿보였다. 그리고 팀이 5경기 1승 4패로 부진하던 상황에서 역할을 해주며 2연승을 이끌었다.
두산 주장 홍성흔(38)도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주인공이 됐다.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린 그는 9회 말 동점을 내주며 분위기를 내준 뒤 맞이한 10회 초 공격에서 필승조 안지만(31)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 이날 경기 결승타점을 올렸다. 홍성흔은 19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마야(33)가 강판당하며 아쉬움을 드러내자 더그아웃에서 직접 붙잡고 달랬다. 그는 이런 모습에 대해 "밥값이라도 하려했다"며 웃었다고 한다.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 타율 0.200에 머물며 잠시 주춤한 상황에 대한 자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에선 지면 LG와의 승차가 벌어지는 중요한 경기에서 타석에서도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들 모두 많은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4강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간판 타자의 부활은 향후 경기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 경기 살얼음판 승부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