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강하다. 힘을 합친 영웅들은 더 강했다. '히어로즈'가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넥센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2-2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시리즈 진출에 필요한 '3승'을 모두 채웠다.
어찌보면 '당연한' 승리다. 넥센은 올 시즌 78승2무48패를 기록하며 승률 0.619를 올렸다. 한 시즌을 꾸려가며 각종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결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주축 선수 조상우가 부진으로 빠졌을 때조차 오히려 팀은 더욱 상승세를 탈 만큼 '위기 대처'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기는 법'을 안다는 얘기다.
LG는 어떤가. 62승2무64패에 그치며 승률 0.492를 기록한 팀이다.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에 머물었던 LG가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놀랍다. 하지만 넥센을 만난 LG는 자신들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LG는 이번 시리즈에서 1승2패로 몰렸을 때까지 '넥센의 톱타자 서건창과 4번 타자 박병호를 잘 막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넥센에는 서건창과 박병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놓친 LG의 한계다. 오히려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서운 선수가 있다는 건 넥센의 장점이다.
4차전에서는 넥센의 '힘'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민성은 2-2로 맞선 5회초 상대 에이스 류제국에게 스리런포를 터트렸고, 5-2로 앞선 7회에는 강정호가 우규민에게 투런포를 빼앗았다. LG의 류제국-신재웅-우규민-이동현-정찬헌-김선규로 이어진 마운드는 그렇게 허물어져갔다. 서건창과 박병호도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모든 우려를 날렸다.
넥센은 담담했다. 평소처럼, 누구 한 명에게 의지하지 않고 모두들 제 역할을 해주며 힘을 합쳐 승리를 만들어냈다. 지난 27일 선발로 나섰던 소사는 사흘 휴식 뒤 이날도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6⅓이닝 6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한현희와 손승락은 무실점으로 뒤를 막으며 '강한 불펜'을 발휘했다. 마운드와 타선, 수비까지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넥센의 가을은 계속된다. 시즌 막판까지 1위 삼성을 위협했던 넥센이 불붙은 타선을 안고 대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