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팀의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전원 탈락의 '대재앙'에 대한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 축구의 중심지로 불렸던 K리그가 2017시즌 ACL에서 무너지고 있다. 한국 클럽의 '간판'으로 불리는 2개 팀이 이미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데 이어 나머지 팀들도 다음 라운드 진출을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6강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K리그에서는 매년 2개 팀 이상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만약 올해 어느 한 곳도 진출하지 못하거나 1개 팀만 진출하더라도 역대 최소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팬들은 26일 ACL에서 들려온 참담한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홈에서 맞대결을 펼친 울산 현대, 상하이 상강(중국)과 원정경기를 치른 FC 서울이 나란히 16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선수들의 반복된 실수와 참담한 경기력으로 0-4으로 대패했다. 1승1무3패(승점 4점)로 E조 최하위까지 떨어진 울산은 남은 경기에서 승리 하더라도 16강에 올라갈 수 없다. 서울은 F조 내 강팀 중 하나인 상하이에 2-4로 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1승 4패(승점 3점)의 서울은 4승1패(승점, 12점)의 상하이와 승점이 9점이나 벌어졌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인 서울의 체면이 바닥까지 뚝 떨어진 순간이었다.
나머지 팀들도 안심하기 힘들다. G조에서 4차전까지 무패행진을 이어 가던 수원 삼성은 지난 25일 홈에서 열린 5차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최소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었던 수원은 2승2무2패(승점 8점)으로 조 2위가 됐다. 결국 오는 9일 ACL 우승후보이자 2승3무(승점 9점)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광저우 헝다(중국)와 원정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패하거나 비길 경우 3위로 밀려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조 3위인 가와사키가 G조 최하위인 이스턴SC(홍콩)을 상대로 승리할 확률이 높아서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번 ACL 5차전 참가한 4개 팀 중 유일하게 승전고를 울렸다. 장쑤 쑤닝과 원정 맞대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2승1무2패(승점 7점)로 H조 2위가 됐다. 3위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1승2무2패, 승점 5점)와 승점 차가 2점으로 벌어졌다. 다음달 9일 감바 오사카(일본)를 상대로 최소 무승부만 거둔다면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원이 그랬듯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이러다가 사상 첫 한국 팀의 16강 전원 탈락도 현실화될 판이다. ACL은 2008년까지 조 1위와 전년도 우승팀과 8강에 진출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그러다 2009년부터 조 2위까지 16강에 진출하는 제도로 확대 개편됐다. 한국은 16강 제도가 생긴 뒤 해마다 2개 팀 이상을 올리며 '아시아의 호랑이'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시즌 ACL 우승팀 역시 전북 현대였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핑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프로팀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는 결국 돈 값을 한다. 투자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 이런 우려가 있었고 올해 들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좋아서 아직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