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 최형우(37·KIA 타이거즈)가 베테랑 타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최형우는 28일까지 타율 0.353으로 전체 1위다. 올 시즌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타율 0.350)를 제쳤다. 남은 3경기에서 지금의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2016년(타율 0.376)에 이어 4년 만에 생애 두 번째 타격왕이 될 수 있다.
최형우는 최근 5경기에서 홈런 3개를 쳐 시즌 홈런 28개를 기록 중이다. 이미 114타점을 기록한 터라 ‘30홈런-100타점’도 기대할 수 있다. 30대 후반만 돼도 은퇴를 생각하기 일쑤인데, 최형우는 ‘제2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활약이 대단하다. 최형우 본인도 “미친 것 같다. 나도 놀랍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금강불괴(金剛不壞·절대 깨지지 않는 존재)’로 불린다. 꾸준한 출장과 성적이 배경이다. 올해 역시 1군 엔트리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최형우의 성적은 타율 0.300, 17홈런, 86타점이었다. 나이를 고려하면 최악의 성적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또 그런 성적이 나오면 정말 창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야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명타자로 나왔다.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에 집중하자 예전 공격력을 되찾았다.
최형우는 올해가 KIA와 자유계약(FA) 마지막 시즌이다. 그는 개막에 앞서 “FA를 앞둔 시즌이지만, 개인 기록보다는 팀 성적이 잘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KIA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자 그도 목표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2016년 타격왕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기록 욕심이 난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타격왕과 30홈런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형우는 FA를 앞둔 2016년, 타율 0.376, 144타점, 195안타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KIA와 함께 한 4년간 거의 전 경기에 출전했고, 3할대 타율, 두 자릿수 홈런, 80~100타점 등을 꾸준히 기록했다. KIA 팬들은 “100억원에 데려온 게 아깝지 않다. 이번에도 꼭 FA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형우는 2005년 말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당해 야구 인생을 끝낼 뻔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했고, 30대 후반에도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