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잘하는 팀이 아니었다. 야구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매너도 '영웅' 급이었다. 넥센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선정하는 페어플레이상 후보 5명 중 3명을 소속팀 선수로 채웠다. 최종 낙점자도 히어로즈에서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유남호 경기감독관은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고루 점검해 선정했다. 넥센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하려는 선수가 많은 팀이다"고 말했다.
KBO는 지난 2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2014시즌 페어플레이상 수상자로 손승락(32)을 뽑았다. 페어플레이상은 경기 중 발생하는 판정 시비와 비신사적인 행동을 근절하고 스포츠정신 고취 및 프로야구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2001년부터 제정됐다. '인상 비평'으로 평가하는 회의 자리가 아니었다. 약 2시간에 걸친 회의 동안 김현수(두산), 나성범(NC), 손승락, 박병호, 서건창(이상 넥센)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마지막까지 두 어명의 선수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유남호 감독관은 "대충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5~6명의 상벌위원회가 모두 참석해 그라운드에서 얼마나 예를 갖추고 매너를 발휘하는지, 팬서비스를 하는지를 두루 살폈다. 물론 성적도 어느 정도 고려한다"고 전했다.
넥센의 창단 첫 페어플레이상 수상 영광을 안은 손승락은 야구장 안 말고 밖에서 보이는 선행 면에서 조금 더 점수를 받았다. 손승락은 최근 몇 시즌 동안 개발도상국에 야구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야구 통산 7번째 150세이브를 달성한 지난 9월에는 백미 150kg를 5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2013년 추석에는 200만 원의 성품을 어려운 이웃에 전했고, 세월호 침몰 참사 때도 선행에 참여했다. 유남호 감독관은 "손승락이 경기장 안에서도 참 잘하지만 밖에서도 좋은 일을 정말 많이 하는 선수였다. 야구인으로서 얼마나 사회에 봉사하는지도 꼼꼼하게 따졌다"고 설명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5명의 후보 중 손승락, 박병호, 서건창까지 3명이 넥센 선수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성적 면에서 압도적이다. 손승락은 이번 시즌 32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에 올랐다. 프로야구 역사상 정규시즌 첫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서건창과 52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야구계를 이끈 히트 상품이었다. 그러나 인성도 으뜸이었다. 세 사람은 시즌 내내 착실한 태도와 매너로 사랑받았다. 특히 서건창과 박병호는 각각 신고선수와 방출, 이적의 시련을 견디며 한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유남호 감독관은 "공교롭게도 넥센이 후보자를 많이 냈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야구 하는 선수들이다. 넥센이 야구도 잘하는 팀이 됐지만, 자세도 바르다"고 칭찬했다. 한편 페어플레이상 시상은 오는 12월 9일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있을 예정이다. 수상자로 선정된 손승락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