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축구에는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은 없다. 2013년 프로축구연맹이 23세 이하 중 국내 프로 3년 차 이내 선수를 대상으로 '영플레어이상'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이 상은 기존 신인상 후보군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그만큼 최근 국내 프로축구에는 '거물급' 신예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엔 양상이 달라졌다. 이재성(24·전북 현대)과 황의조(24·성남 FC), 권창훈(22·수원 삼성) 등 3인방이 경쟁한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화려한 면면의 후보들이 도전장을 냈다.
시즌 종료까지 3경기만 남겨둔 가운데 양강 구도를 이룬 안현범(22·제주 유나이티드)과 김승준(22·울산 현대)에 이어 김동준(22·성남FC)이 기회를 엿보는 모양새다.
안현범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멀티플레이어'다. 경쟁자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5골4도움·25경기)를 기록 중인 그는 제주의 주축 선수로 등극했다. 공수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점도 인상적이다. 팀이 3백으로 나설 때 윙백으로 뛴 그는 지난 9월 '에이스' 송진형(29)이 알 샤르자(아랍에미리트)로 이적하자 2선 공격수를 맡기도 했다. 최근엔 최전방 공격수까지 맡으며 '만능 선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안현범의 활약에 힘 입은 제주는 정규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3위까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는다. 안현범은 "영플레이어상도 욕심이 나지만 팀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우선"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현대 공격수 김승준(7골2도움·28경기)도 수상 후보다. 올 시즌 팀의 주전으로 올라선 그는 골문 앞에서 신예답지 않은 침착함을 보이며 울산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울산의 팀득점이 38골인 점을 고려하면 7골을 터뜨린 김승준의 비중은 크다. 팀 성적이 관건이다. 4위에 올라 있는 울산(승점49)은 제주(승점55)에 승점 6점 차로 뒤져 있다.
이들 외에도 성남의 수문장 김동준은 골키퍼로는 첫 영플레이어상 수상을 노리고 있다.
올 시즌 성남에 입단한 그는 선배들을 제치고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나섰다. 올 시즌 23경기(32실점)에 나선 그는 번뜩이는 선방과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을 보여 '차세대 거미손'이란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김동준 역시 팀 성적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즌 초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남은 현재 스플릿 라운드 하위그룹(7~12위)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8위 성남(승점42)은 강등권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39)에 승점 3점 차로 쫓기고 있다.
김동준은 "K리그에서 골키퍼가 신인상이나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경우가 없다. 그래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면서도 "팀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욕심 낼 상황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