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57) 우리카드 감독의 항의는 의도적이고, 계산된 것이었다. 반면 선수들은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강조하고, 또 주문했다.
우리카드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6-24, 25-20, 25-19)으로 꺾었다. 챔프전 전적 2승 1패로 앞선 우리카드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4차전에서 승리하면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날 경기에선 두 차례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신영철 감독은 1세트 8-8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의 득점이 인정되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정지석의 공격이 성공되기 전에, 나경복이 공중볼 다툼에서 넘긴 공을 "대한항공 이수황이 더블 컨택을 범했다"고 봤다. 비디오 판독이 오랫동안 진행된 끝에 '더블 컨택이 아니다'라는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신영철 감독은 겉옷을 집어 던지고 경기 감독관석으로 돌진했다. 우리카드 선수와 코치 목도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신 감독은 "이건 아니지"라며 답답해했다. 이로 인해 경기는 약 5분간 중단됐고, 신영철 감독에게 경고가 주어졌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격렬한 항의는) 아마 처음했을거다"라며 "나름대로 비디오 판독이 조금 애매한 상황이었다. 우리 선수들에게 무언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라고 했다.
1세트 종료 후엔 알렉스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와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설전을 벌였다. 심판진이 나서 직접 충돌을 제지했다.
이때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에게 '내가 항의할 테니 (흥분하지 말고) 그다음을 준비하라'고 했다. (양 팀의 충돌 역시) 경기 일부인데,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가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알렉스는 스스로 인정하듯 다소 흥분하는 스타일이다. 신영철 감독은 "6라운드부터 알렉스에게 '네가 가진 퍼포먼스를 경기장에서 보여주되 절대 흥분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늘 마인드 컨트롤을 주문해왔다"라면서 "선수들에게 챔프전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일러왔다"라고 했다.
신영철 감독의 의도된 행동은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카드 레프트 나경복은 "양 팀 감독님이 흥분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기죽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뛰어다녔고, 그래서 경기가 잘 풀렸다"라고 밝혔다. 세터 하승우는 "감독님이 항의는 내가 할 테니 '너희는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분위기와 관계없이 경기를 즐기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신영철 감독은 "선수들이 첫 세트에 긴장한 것 같은데 잘 이겨내 고맙다"라고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