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작한 후반기부터 5가지 판정 대상으로 확대된 '한국형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심판의 애매한 판정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비디오 판독이 확대되면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진실성'이 더 중요해졌다. 선수들이 선의의 거짓말을 하려다간 오히려 팀에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은 감독이 판정 후 30초 이내로 심판에게 신청해야 한다. 경기 종료 아웃카운트나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는 10초 이내다. 주자나 야수는 베이스에서 태그 플레이 판정을 놓고 억울하다며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 2루 도루를 시도한 1루 주자가 태그아웃되고도 '세이프'라고 심판에게 불평을 하면, 더그아웃의 감독은 헷갈리게 된다. 선수가 정확하게 행동해야 경기당 1회 뿐(판정이 번복되면 1회 추가)인 어필 기회를 무산시키지 않게 된다. 또 대부분 야수들이 타구를 바로 잡았다고 글러브를 치켜드는데, 원바운드로 잡았다면 빨리 다음 플레이로 주자의 진루를 막아야 한다.
비디오 판독 시행세칙에는 까다로운 상황들도 많다. 무사 1루에서 타자가 투구에 맞았다고 액션을 하고 심판이 몸에 맞는 공으로 판정했다고 치자. 그런데 실제는 배트에 맞고 공이 페어지역에 떨어졌다. 수비팀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하고, TV 리플레이를 통해 배트에 맞은 것이 확인되면 판정은 번복된다. 그런데 페어지역에 떨어진 채 사구 판정으로 볼데드가 됐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부장은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타자주자와 1루주자가 진루를 시도했는지와 수비측에서 타자와 주자를 아웃시키려고 시도했는지, 타자와 주자들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판 재량으로 판단한다고 세칙에 정해져 있다. 이 같은 사례를 감독자회의에서 충분히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만약 타자가 몸에 맞았다고 우기면서 1루로 뛰지 않고, 1루 주자도 심판의 사구 판정을 보고 1루 베이스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았다면, 심판은 1루주자와 타자주자가 각각 2루와 1루에서 충분히 아웃됐다고 판단해 더블 아웃을 선언할 수도 있다. 심판의 눈을 속이기 위한 선수의 어설픈 행동이 커다란 화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선수들은 심판 판정 후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일례로 2사 1루에서 우측 파울라인 근처에 떨어지는 2루타성 타구에 심판이 1차적으로 파울을 선언했다가 합의판정 신청으로 안타로 번복했다. 발빠른 1루 주자라면 2사 후에 스타트해 홈까지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루주자가 뛰다가 파울이라고 2~3루 중간에 멈춰서 1루로 돌아간다면 재량권을 가진 심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정금조 부장은 "판정 번복 후 주자의 진루권은 심판이 판단한다. 타구의 위치, 주자의 속도 및 위치에 따라 상식선에서 결정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타자와 주자, 수비수 모두 헐리우드 액션은 자제하고, 성실된 자세로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