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20·KT 위즈)은 1년 전 연말 시상식 신인상을 휩쓸었다. 2020시즌 신인으로서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
그는 데뷔 시즌(2020) 기록이 화려하다. 역대 8번째로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거뒀고, 2006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릿수 선발승(13승)을 거둔 신인 투수가 됐다.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경기였던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선발로 낙점, 6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보여줬다.
소형준은 올해 데뷔 두 번째 시즌을 치른 후 깨달았다. 2020시즌 실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해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솔직히 작년 이맘때는 신인상을 받으면서도 '내가 잘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돌아보니 그만큼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비로소 와 닿았다"라며 웃었다.
소형준은 '2년차 징크스'를 겪었다. 정규시즌 네 번째 등판을 마친 후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주 무기 컷 패스트볼(커터)의 구속과 구위가 크게 떨어졌다. 복귀 후에도 투구 기복이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팔 스윙이 (지난해보다) 느려졌고, 결정구도 밋밋해졌다"라고 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7승 7패, 평균자책점 4.16. 투구 기록 대부분 지난해보다 안 좋아졌다. 소형준은 "지난해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투구했다. 공에 힘도 있었다. 올해는 데뷔 시즌 팔에 쌓인 피로가 영향을 미쳤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잡생각이 많아졌다"라고 돌아봤다. 2020시즌 기록한 13승과 3점(3.86)대 평균자책점이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기록이라는 것도 다시 느꼈다.
소형준은 부진 속에서도 끝까지 선발진을 지켰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에게 "공이 안 좋을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하다"라고 수차례 조언했고, 선수는 사령탑이 바라는 투구를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스스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소형준은 패하면 팀 최종 순위가 3위까지 밀릴 수 있었던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SSG 랜더스전)에 등판, 부담감을 이겨내고 5이닝 2실점으로 호투, 8-3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이튿날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우승했다. 기세가 오른 소형준은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KT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정규시즌 부진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소형준은 "프로 무대가 얼마나 높은 지 새삼 실감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다. 야구를 15년, 20년 더 해도 패하면 우승이 무산되는 경기에 등판하는 경험을 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풀타임 선발 후유증을 겪었던 배제성 선배도 올해 다시 구위를 회복했다. 나도 이겨내겠다. 신인 시절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