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정덕현은 20일 종영한 tvN '미생'이 우리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직장생활을 다룬 드라마 중 '미생'만큼 정밀묘사했던 작품은 없었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직장생활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에 극중 인물과 상황을 보며 '나는 잘 하고 있나'라고 자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중은 대부분 누군가의 상사이거나 부하직원이다. 혹은 선배이거나 동기, 후배이기도 하다. '신드롬'에 가까웠던 드라마 한편은 우리의 인식과 실제 직장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 '우리 부장님이 달라졌어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큰 사랑을 받은 '미생'의 영향으로 '상사'들이 착해졌다. 부하직원을 철저하게 짓밟거나 모욕을 주는 리얼한 극중 장면이 실제 상사들에게 '거울'이 되고 있는 것.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미생'이라는 드라마는 바둑판에 올려진 흑·백 돌을 먼곳에서 보듯 관조적으로 지켜보게 된다"며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실제 직장생활의 '피해자'들은 위로와 용기를 얻고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였던 사람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된다. 드라마 한편이 실제 생활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의 애청자이자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박 모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부장님이 회의를 마친 후 '그래도 내가 마부장보다는 낫지?'라고 물어보시더라"며 "그 외에도 '자네들 내가 좀 혼내면 신고할거냐'고 묻기도 하신다. 아무래도 말투와 업무방식이 부드러워지신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업의 이 모씨는 "'미생'의 한 장면과 매우 흡사한 상황에서 한 상사에게 지독하게 혼이 난적이 있다"며 "당시 들었던 폭언의 내용과 비민주적인 처사까지 거의 비슷해서 방송 이후 해당 상사와의 사이에서 다소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무래도 애청자이신 모양"이라고 말했다.
▶ '우리 회사' ○○○ 뽑기
'미생'의 주인공은 4명이 아니었다. 극중 수 많은 캐릭터가 살아 숨쉬며 다채롭게 사랑받았다. 또한 각 캐릭터들의 '직급'은 일반 회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 누구'에 대입해 보는 문화가 생겨났다.
큰 구도는 '선과 악'. 장그래(임시완)와 이성민(오상식), 김대명(김대리)을 비롯한 '착한 사람'과 마부장(손종학)·성대리(성준식)등을 포함한 '악한 사람'으로 나뉜다.
자상하고 능력있는 실제 선배를 '김대리'라며 추켜세우거나 '공공의 적'같은 상사를 향해서는 '마부장'을 대입하며 흉보는 식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태도가 나쁜 직원에 대해서는 '하대리'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성격이 좋지만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원은 어김없이 '박대리'가 됐다. 이외에도 극에 등장하는 '동기'나 '거래처 직원'도 실제 생활의 인물에 대입해 보는 좋은 재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