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이 끝났다.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은 탄탄한 원작, 디테일을 잘 살린 연출, 배우들의 호연까지 잘만든 드라마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 여기에 무엇보다 '우리들의 이야기'란 강한 공감대가 드라마를 이끌었다. '미생'속 장그래에는 나 자신, 혹은 내 남편, 우리 아들이 투영됐다. 드라마 방영 중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까지 터지며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생'이 준 '질과 양이 다른 감동',그 비결은 뭐였을까.
▶원작에서 절묘한 '더하기 빼기'
'미생'은 좋은 원작 활용의 교과서다. 원작의 장점을 취하고 드라마적 요소는 극대화 했다. 원작처럼 매회 말미 장그래(임시완)의 담담한 독백은 살려 울림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주요 인물들의 색깔도 원작처럼 잘 살렸다. 한석율(변요한)의 5:5 가르마, 김대리(김대명)의 뽀글머리 등 만화적 요소를 그대로 따왔다. 다른점도 분명히 있다. 인턴사원들이 오징어젓갈 통을 뒤지며 꼴뚜기를 찾던 1화 내용은 원작에는 없는 에피소드. 원작 속 안영이(강소라)는 상사들로부터 드라마처럼 많은 구박을 당하지 않았다. 직장녀 성차별 등 현실사회에서 있을법한 갈등을 드라마에 섞어 재미를 높였다. 또한 미생'속 최고의 대사로 꼽히는 강대리(오민석)의 "내일 봅시다", 오차장(이성민)의 "우리애만 혼났잖아" 등도 원작에는 없는 말들이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 '미생'은 원작 보다 진하고 애잔함의 울림이 더 커진 것 같다. 흐릿한 선이 분명해지고 담담한 색이 선명해졌으며 갈등하던 말이 분명한 힘을 갖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드라마의 '가지 않은 길'
한국 드라마를 상징하던 강한맛의 조미료들이 '미생'에선 빠졌다. 출생의 비밀, 억지 러브라인, 신데렐라 스토리 등이 없었다. 장백기(강하늘)와 안영이가 묘한 핑크빛 기류를 타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미생'의 이야기는 모두 직장인들의 애환이 중심이었다. 의사·검사·형사 등을 내세운 '전문직 드라마' 마저도 결국엔 '기승전 연애'로 끝나버리는 한국 드라마와의 해법과 전혀 달랐다. 원인터내셔널에는 재벌 2세 실장님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캔디 여직원도 없었다. '너무 드라마 같은'과한 요소가 빠진 곳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채우자 '공감'의 힘은 커졌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미생'은 사회초년생부터 대리·팀장 등 직장 구성원의 모습을 폭넓고 리얼하게 그렸다. 따라서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