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32·삼성)를 잃은 롯데에 내부 FA(프리에이전트) 손아섭(29)의 잔류는 절실하다. 구단은 '무조건 잡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선수의 가치를 인정하는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강민호의 삼성행이 발표된 지난 21일 계약 주인공뿐 아니라 손아섭의 이름도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자리했다. 팬심이 요동쳤다. 손아섭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한 여론이 반영됐다. 롯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아섭마저 계약하지 못하면 전력 저하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롯데와 손아섭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구단이 손아섭에 집중한 차린 탓에 강민호에 소홀했다'는 설(說)도 나왔다. 확실한 건 이견을 좁히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 구단과 손아섭 측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급한 쪽은 롯데다. 강민호의 이적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2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여론도 안 좋다. 거듭 내부 FA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 강민호가 10번째 선수다. 역대 재계약률은 54.5%(22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간신히 돌려놓은 팬들의 발걸음이 끊길 수 있다. 조급해진 롯데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다른 구단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철저히 '시장 논리'에 충실했다. 종합적으로 평가한 선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고, '푸대접' 논란을 막기 위해 금액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난을 면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에 이 조치가 지지받진 못했다. 하지만 몸값으로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강민호는 같은 몸값(80억 원)을 제시받고도 삼성을 선택했다. "이면 계약은 없다"고 단언했고 "삼성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물론 선수 영입에 투자한 돈은 삼성이 더 많다. 강민호 연봉의 200%와 보상 선수, 또는 연봉 300%를 롯데에 줘야 한다. 최소 100억 원의 가치를 부여한 셈이다. 강민호도 "보상금을 감수하고도 나를 영입하려는 타구단이 있을 지 몰랐다"고 했다. 이적에 영향을 미친 요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형적인 가치만으로 14년 동안 몸 담은 팀을 떠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롯데와는 열흘이나 지지부진했던 계약이 다른 구단과는 급진전 됐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롯데가 선수와 교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협상 테이블도 FA 시장이 개막한 뒤 한참 뒤에야 차려졌다. 강민호는 말을 아꼈지만 몸값 협상 외적으로 섭섭한 마음이 있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롯데는 강민호와의 협상 실패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손아섭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몸값은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한 가지다. 전부로 여겨선 안 된다. 2014년에는 장원준을 잔류시키기 위해 동료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도 교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간과했다면 재접근 해야한다. 11번째 내부 FA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