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유일한 집토끼 김경언(32)의 협상 테이블은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차려진다. 구단과 선수 모두 '잔류'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관건은 계약 내용 세부 조율이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선수라면 대개 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 구단과 계약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협상에 힘을 쓰지만, 김경언(한화)은 현재 일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 FA 자격 행사를 신청한 선수들 중 유일하게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 케이스다.
누군가의 강요나 권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본인이 직접 선택한 길이었다. 김경언은 마무리 훈련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을 직접 찾아가 "일본에 함께 가서 감독님 밑에서 훈련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감독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단 전제조건이 있었다. 수염을 깎고 와야한다는 것. 김경언은 김성근 감독의 말 한마디에 애지중지 길렀던 수염을 말끔히 정리했다.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다. 김경언의 남다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일본에서 FA 자격 신청을 한 김경언은 소속팀 잔류 의지가 강하다. "김성근 감독 밑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감독도 내년 시즌 김경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필요한 외야 자원이기 때문이다. 김경언이 마무리 캠프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실함도 높이 샀다. 한화 관계자는 "김경언이 일본에 있기 때문에 협상은 일본에서 부터 진행할 것"이라면서 "먼저 경언이의 생각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언과 한화의 아름다운 동행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계약 세부 조율이 필요하다. 계약 기간과 금액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김경언은 올 시즌 89경기 출장해 8홈런 52타점 타율 0.313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팀 내 3번 타자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다. 꾸준함도 김경언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는 한화로 트레이드된 2010년 이후에 단 한차례(2012년 110경기)를 제외하고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다. 한 해설위원은 "냉정하게 말해서 김경언 정도면 시장 평가가 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화 쪽에서 필요한 자원이라는 부분에서 이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조성환이 롯데에 있을 당시 직전 FA 계약이었던 2년 7억원이 기준선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화 관계자는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