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고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너무도' 많다. 2017시즌의 주인공, KIA의 에이스인 양현종(29)의 이야기다.
양현종은 2017년 겨울 이적 시장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FA(프리에이전트)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FA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해에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에 합의했다. 총액 22억5000만원(계약금 7억5000만원·연봉 15억원). 규약상 FA 계약 이후 4년이 지나야 재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양현종은 올 시즌 겨울엔 FA 신분이 아니다. 하지만 양현종과 KIA는 1년 계약 당시 선수가 이적을 원할 경우 자유롭게 풀어주는 조항에도 사인했다.
현재 양현종은 이적보다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시리즈 직후 수차례 본인이 강조한 바 있다. KIA는 1차 제시안을 선수 측에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KIA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 제시안엔, 양현종에게 불만족스러운 액수와 조건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줄다리기다.
일단 연봉을 산출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기준점이 없다. 시즌 성적이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2일 수원 kt전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 이후 18년 만에 20승 고지를 밟은 '국내' 선수가 됐다. 선발승으로만 따지면 19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22년 만이고 KIA 투수로는 처음이다.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할 경우 선동열(1986년 24승·1989년 21승·1990년 22승)과 이상윤(1983년·20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까지 20승을 기록해, 1985년 김시진·김일융(당시 삼성) 이후 32년 만에 '팀 내 동반 20승 투수'라는 훈장을 달았다.
한국시리즈는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였다. 1승 1세이브를 기록해 팀을 8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시즌 뒤에는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최정(SK)을 제치고 사상 첫 한국시리즈와 정규 시즌에서 MVP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이 아니라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되는 최동원상을 받았고, 골든글러브 수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무결점의 성적. 과연 추가적인 연봉 인상 요인은 없을까. 숨어 있는 기록으로 양현종의 '머니 리포트'를 구성해 봤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양현종의 올 시즌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는 3.94다. 헨리 소사(LG 3.52) 메릴 켈리(SK 3.69)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낮았다. 리그 평균은 4.52, 외국인 투수 평균은 4.98. 평균자책점(3.44)보다 FIP가 높기 때문에 수비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투수에 비하면 그 비율이 낮다.
FIP는 야구통계학자인 톰 탱고가 만들어 낸 투수 평가 지표다. 2001년 보로스 맥클라켄이 주창한 수비무관피칭통계인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 이론에 입각해 만든 FIP는 수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홈런과 볼넷, 삼진 등으로 투수의 성적을 수치화한다. 홈런과 볼넷을 많이 허용할수록 FIP가 높아지고, 삼진이 많으면 FIP가 낮아지는 원리다.
양현종은 리그 탈삼진 3위에 올랐다. 반면 피홈런은 공동 22위, 볼넷은 공동 17위였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라이언 피어밴드(kt)의 FIP가 4.42. 양현종보다 0.48이 높았다. 피어밴드와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에 영향을 준 것 중에 하나는 수비였다. 양현종의 시즌 실책 출루는 총 15회로 리그 1위다.
완벽에 가까운 2루 도루 봉쇄
양현종의 올 시즌 도루 저지 횟수는 14회였다. 돈 로치(kt 10회) 브룩스 레일리(롯데 9회)에 앞선 리그 전체 1위. 로치와 레일리가 각각 13회, 11회 도루를 허용한 것과 달리 양현종은 도루를 내준 게 아홉 번에 불과했다. 도루저지율 37.8%를 기록한 '강견' 김민식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도루 저지가 무려 34회로 1위다.
병살 유도도 수준급이다. 올해는 병살 22개를 유도해 스캇 다이아몬드(SK) 로치와 함께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땅볼/뜬공 비율이 0.95으로 '플라이볼 투수'에 가깝지만 위기 상황마다 땅볼로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주자가 출루했을 때에 실점을 억제하는 능력이 수준급이었다.
승리의 파랑새
올 시즌에 양현종이 등판한 31경기에서 KIA는 21승을 따냈다. 승률이 무려 0.677. 장원준(두산 0.621) 박세웅(롯데 0.593) 차우찬(LG/0.571) 등 리그 정상급 선발 자원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리그 최하위 kt는 올해 50승을 거뒀다. 양현종의 21승과 비교하면 그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된다.
최대한 승리 조건을 만들어 줬다. 등판한 경기마다 평균 6.24이닝을 책임졌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총 20회로 리그 공동 2위. 국내 선수 가운데선 1위였다. 삼진/볼넷 비율이 3.51로 리그 평균인 2.86과 외국인 투수 평균인 2.21을 크게 웃돌았다. 삼진은 많이 잡아내고, 볼넷은 적게 허용하는 투구 레퍼토리로 마운드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