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우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북한 장송혁과 눈싸움을 벌이고 있다. 임창우는 팽팽한 흐름 속에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반 15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코너킥 문전 혼전 상황에서 극적인 골을 넣어 한국축구의 28년 한을 풀었다.
임창우(22·대전)는 '땜방'이다. 그러나 멋진 한방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28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다.
울산 현대중·현대고등학교 때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임창우는 성인이 된 뒤 잊혀진 존재였다. 중·고교 시절이던 15~17세에는 꾸준히 당시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던 이광종(50)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2011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3년 동안 6경기 출전에 그쳤다. 태극마크와도 멀어졌다. 대신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대표팀을 들락날락 했다. 결국 임창우는 올해 초 대전 시티즌으로 임대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첫 소집 때도 임창우는 명단에 없었다. 부산의 박준강(23)과 사간도스의 최성근(22)이 오른쪽 수비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임창우는 "나는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창우는 묵묵하게 대전의 상승세에 힘을 더했다. 어느덧 대전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선두를 홀로 질주했다. 여기에 박준강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며 이광종 감독은 다른 자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눈에 띈 것이 임창우였다. 이광종 감독은 "오른쪽 수비에 고민이 많았다. 준강이가 쓰러지면서 마땅히 쓸 선수가 없었다"며 "그때 창우가 눈에 띄었다. 2부리그지만 꾸준히 뛰고 있었고 경기력을 높게 평가해 뽑았다"고 떠올렸다.
임창우를 뽑은 것은 신의 한수였다. 답답하던 말레이시아와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것도 그였다. 그리고 마지막도 그가 했다. 2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임창우는 연장 후반 극적인 결승골을 넣었다. 혼전 중에 흐른 공을 오른발로 차 정확하게 구석을 찔렀다. 임창우는 "내가 골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닌데…. 갑자기 넣어서 칭찬 받은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면 그는 골잡이었다. 수비수지만 득점력까지 갖췄다. 15~17세 대표팀에서 임창우는 26경기를 뛰며 9골을 넣었다. 임창우는 "초등학교 때 공격수를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15~17세 대표를 할 때도 수비수였는데 국제대회에서 한 골 씩은 꼭 넣었다"며 웃었다.
임창우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표팀에서 오른쪽 측면이 약점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그 말에 공감한다"면서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 내내 임창우가 버틴 수비라인은 7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