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 상대는 매년 일찌감치 정해져 있다. 프로야구 일정표를 보지 않아도 된다. 잠실 한 지붕 라이벌인 두산과 LG가 무조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날이다.
어린이날 LG와 두산의 '잠실 더비'는 1996년 두 팀의 더블 헤더부터 시작됐다. 그 후 1997년(OB-해태전)과 2002년(LG-해태)을 제외하면 매년 빠짐없이 열리는 연례행사가 됐다. 지난해까지 총 18회(더블헤더까지 19경기) 맞붙었고, 올해가 벌써 19번째 만남이다.
올해까지 18시즌 동안, 어린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이 무려 51만3025명이다. 경기 평균 2만8501명에 달한다. 2003년과 2005~2007시즌까지 네 시즌을 제외하면 전 경기가 매진이었다. 특히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8년 연속 매진 행진 중이다.
올해로 연속 매진 기록은 '9'로 늘어날 조짐이다. 3일까지 총 2만6000석 가운데 이미 2만1000장 표가 동났다. LG 관계자는 4일 오후 "내야석은 이미 거의 남지 않았다. 외야석도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가고 있다"며 "어린이날 하루 전날인 4일 경기 역시 평일인데도 3일까지 1만7000장이 팔렸다. '어린이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했다.
역대 전적은 두산이 1996년 더블헤더 2승을 포함해 12승 7패(승률 0.632)로 앞서 있다. 최근 3년간 연속으로 이겼다. 전통의 라이벌전답게 접전도 많았다. 1996년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두산 6-4 승리)를 시작으로 19경기 중 11경기에서 3점 차 이내로 승부가 갈렸다. 1점 차 경기가 3회, 2점 차 경기가 6회였다.
물론 가끔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2001년 두산이 16-5로 LG를 제압하자 2009년에는 LG가 12-0 대승으로 아픔을 되갚았다. 2011년 역시 LG의 12-4 승리. 그러나 지난해에는 두산이 10-3으로 LG를 꺾어 다시 기세를 올렸다.
어린이날을 포함한 3연전 싹쓸이 승리는 단 네 차례. 2005년, 2007년, 2008년, 2009년이다. 첫 세 번은 두산, 2009년은 LG가 각각 주인공이었다. 어린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94% 확률로 3연전에서 2승 이상을 올렸다. LG가 1998년 어린이날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3연전에서 1승 2패로 열세였던 게 유일한 실패 기록이다.
두산 진필중은 역대 어린이날 잠실 더비에서 유일하게 2승을 올린 투수다. 1996년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과 1999년에 두 차례 승리 투수가 됐다. 그 외에 두산에서는 한태균, 박보현, 마크 키퍼, 이원희, 김승회, 이재우, 김선우, 변진수, 크리스 볼스테드, 유희관이 1승씩을 올렸다.
LG 투수로는 차명석, 장준관, 이동현, 정재복, 심수창, 김선규, 김기표가 어린이날 승리 투수의 영광을 누렸다.
어린이날 홈런은 LG가 하나 더 많이 쳤다. LG가 14개, 두산이 13개다. LG에서는 박용택과 이병규가 2개의 어린이날 아치를 그렸다. 김동수, 김재현, 조인성, 유지현, 안재만, 마해영, 박경수, 로베르토 페타지니, 최동수, 정성훈이 '엘린이(LG+어린이)'에게 홈런의 환희를 안긴 주인공이었다.
두산에서는 타이론 우즈, 김동주, 민병헌이 각각 2개씩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안경현, 심재학, 김민호, 마이크 쿨바, 정원석, 최준석도 '두린이(두산+어린이)'들에게 홈런을 선물했다.
끝내기 안타는 두산에서만 두 차례 나왔다. 1999년 안경현이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10-9 승리를 선사했고, 홍성흔은 2005년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LG 박종호는 1998년에 끝내기 몸에 맞는 볼로 4-3 승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결승타 기록은 양 팀이 2003년부터 집계했다. 두산에서는 홍성흔(2004·2005 2년 연속), 민병헌, 안경현, 이종욱, 이성열, 손시헌, 정수빈이 어린이날 결승타를 쳤다. LG에서는 조인성, 최동수, 박경수가 팬들에게 결승타의 기쁨을 안겼다.
이제 5월 5일 LG와 두산의 대결은 단순한 '1승'과 '1패'의 문제가 아니다. 한 지붕을 쓰는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어린이날마다 두 배로 커진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어린이 팬 앞에서 서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은 의욕에 불탄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날 경기는 선수들이 1년 중 가장 이기고 싶어 하는 경기다. 양 팀 선수들의 자녀들도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과연 어느 팀의 어린이 팬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까. 개봉박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