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21일까지 시즌 득점권 타율이 0.446(101타수 45안타)을 기록했다. 김현수(LG·0.510)에 이은 KBO리그 전체 2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3명 중 득점권 타율이 4할 이상인 선수는 김현수와 양의지·박민우(NC·0.403)밖에 없다. 포수 중에선 압도적이다. 유강남(LG·0.378)·장성우(KT·0.314) 등 다른 포수들을 크게 앞선 1위다.
수치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양의지는 두산 소속이었던 2016년 득점권 타율이 0.245로 낮았다. 하지만 이듬해 0.302로 끌어올리더니 2018년 0.317을 기록했다. FA(프리에이전트)로 NC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 득점권 타율이 0.364로 치솟더니, 올해는 4할을 넘기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득점권 타율이 2할 이상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타점도 늘었다. 시즌 98경기에 출전해 92타점을 기록, 2015년 달성한 커리어 하이(93타점)에 한 개 차로 근접했다. 2007년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100타점을 무난하게 넘길 페이스다. KBO리그 역사상 포수가 시즌 100타점을 달성한 건 2010년 조인성(당시 LG·107타점), 2015년 이재원(SK·100타점)뿐이다.
2015년 강민호(당시 롯데)가 포수 사상 첫 3할 타율-30홈런-100타점 대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타점 부족으로 실패한 바 있다. 그해 강민호의 타점은 86개. 그만큼 정상급 공격형 포수들도 넘보지 못한 대기록 중 하나가 '포수 100타점'이다. 2015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44경기(종전 128경기)로 늘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양의지는 타격 정확도가 높다. 시즌 타율이 0.327로 리그 9위다. 그만큼 기복도 적다. RC/27이 8.86으로 6위. 로베르토 라모스(LG·8.19)·오재일(두산·7.22)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거포들을 대부분 앞선다. RC/27은 한 타자가 한 경기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다. 올 시즌 규정타석 평균 RC/27은 6.49이다.
NC는 지난 14일 타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의지, 에런 알테어와 함께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줬던 나성범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지만, 양의지가 중심을 잡고 있다. 양의지는 나성범 이탈 후 치른 7경기에서 모두 선발 4번 타자로 출전, 득점권 타율 5할(8타수 4안타)을 기록했다. 팀 타선이 합작한 득점권 안타 12개 중 33.3%를 혼자서 책임졌다. 이 기간 NC는 5승 2패로 상승세를 탔다. 이동욱 NC 감독이 믿고 내는 팀의 핵심이다.
양의지는 "득점권이라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평소대로 친다. 팀 테이블 세터진이 좋다 보니 득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그런 걸 생각하고 타격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득점권에서 성적이 좋다는 생각은 따로 해보지 않았다"며 몸을 낮췄다.